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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졸업, 그리고 새로운 시작 / 채유호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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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학교에 부임해 온 지 만 2년이 됐습니다. 12월 말, 1월 초가 되면 학교는 3년간 정들었던 제자들을 상급학교로 보내며,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분주해집니다. 지난 1월 10일에는 졸업식을 치르며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은 예견된 결말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있지만, 헤어짐은 곧 새로운 만남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은 인간을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합니다. 때로는 이별의 슬픔이 너무 커 눈물 짓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 새로운 만남을 맞게 되면 새로운 기쁨에 젖어듭니다.

몇몇 졸업생들은 졸업 전주부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교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남아 눈물을 지으며,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학교에 잘 다닐 걸 그랬어요”라고도 하고, 다른 친구는 자신이 “담임선생님을 힘들게 했는데, 잘해드릴 걸”이라며 지난 학교생활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성찰의 과정을 겪으며 내가 살고 있는 그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고, 더 의미 있는 삶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친구들이 고등학교에서 보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 믿고 졸업생들을 위해 기도하며 응원합니다. 졸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이켜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고, 이는 곧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여 삶의 의지를 불태우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졸업과 시작의 순간이 있지요. 바로 죽음의 순간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하느님 나라에서의 새로운 삶을 준비합니다. 그렇지만 졸업과 시작의 순간은 단순히 생명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육적으로 매일 졸업과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기도 하며, 영적으로는 고해성사를 준비하면서 단계적인 삶의 졸업과 시작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전에 나의 삶을 돌이켜보는 것이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졸업을 맞이하며, 다시 한번 중학교에서의 제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처럼 ‘더 잘 할 걸’이라는 후회를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의 동력으로 신입생들을 맞이하고 더 기쁘게 살아가고자 다짐해봅니다. 이 글을 읽는 신자분들도 오늘 하루의 졸업, 새로운 내일의 시작을 기쁘고 의미 있게 해나가시길 기도드립니다!

채유호 시몬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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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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