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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소홀했던 길가에서 받은 숙제 / 임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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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송내동에서 자취한 적이 있었다. 출퇴근을 위해 매일같이 이용하던 송내역 2번 출구 에스컬레이터 아래에서는 거의 매일 개신교 신자분이 복음을 전파하고 있었다. 더운 날에도, 추운 날에도 그분은 쉬지 않고 “예수님 믿으세요,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돌아가시고 묻히셨습니다! 예수님 믿으세요!”라고 외치고 있었다.

목소리 높여 주님의 뜻을 전파하는 그 신자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다들 자기 갈 길을 갔다. 보통 역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어서일까? 나 또한 그러한 사람 중 하나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 중이었던 어느 날, 송내역 에스컬레이터 아래를 지나갈 때 또다시 “예수님 믿으세요!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라는 그 개신교 신자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날 따라 항상 듣던 그 문장이 머릿속에 남아서 내게 질문을 던졌다.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데 왜 우리를 위해 택한 것이 죽음일까? 우리를 사랑하고 위한다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서 우리에게 더욱 사랑을 나눠 주셨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말이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몇 년간 주임신부님, 친분이 있는 여러 신부님 그리고 수녀님께도 여쭤봤고, 본당에서 다른 신부님을 초청하여 진행한 Q&A 시간에 드디어 원하던 답을 찾아냈다.
질문에 대한 여러 답을 얻었고 모두 맞는 답이었지만, 그중 제일 와 닿은 답은 우리의 머리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전지전능한 주님께서 굳이 사람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셔서 복음을 선포하고 인간으로서의 끝인 죽음에 도달하시고 부활하셨다는 대답이었다.

몇 년 동안 찾아 헤매던 답에 도달해서일까. 깨달음을 얻은 듯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얻은 이 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야기해줬고, 나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도 무심코 그렇구나 하고 생각하던 부분이었는데 알려줘서 고맙다고 답을 해줬다. 뿌듯한 기분이 들면서도 뭔가 신앙적으로 성장한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았다.
매일 무심하게 지나치던 송내역 개신교 신자의 말이 갑자기 뇌리에 박힌 그날, 주님께서 나에게 숙제를 주셨다는 생각이 들어 집요하게 답을 얻고자 노력했다.

그때처럼 신앙인으로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또다시 주님께서 나에게 숙제를 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가톨릭신자로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임준영 모세
제1대리구 상촌본당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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