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올해에는 꼭 제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세례를 받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가 하던 기도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저의 ~가 이루어지게 해주세요”, “~가 됐으면 좋겠어요” 등 항상 무언가를 이루어 달라는 ‘~해달라’ 식의 기도를 드리는 내가 주님께서 보시기에 얄미우셨는지, 철없이 원하는 것이 주제였던 나의 기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례를 받은 지 6년 정도 되었을 때 피정을 가게 됐다. 그 피정 안에서 다른 성당 신자들과 조를 이뤄 활동했는데 우리 조를 봉사해주는 담당 봉사자님이 만나자마자 한 말이 있다.
“피정봉사를 준비하는 동안 여러분을 위해 계속해서 기도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말이 나의 신앙생활 속에서의 기도에 크나큰 영향을 주고 기도의 방향성을 바꿔 버렸다. 가족도 아닌 타인이 나를 위해 기a도해준다는 생각을 크게 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날 처음 본 봉사자는 나를 위해 계속 기도를 했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나는 ‘나를 위해’ 기도하기만 했지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았음을 그때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도 날 위해 기도해주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그 이후부턴 나를 위한 기도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지금까지 드리고 있다.
좋은 깨달음을 얻고 또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이번엔 또 한 번 기도의 방향성을 바꿀 상황이 내게 찾아왔다.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미사 때 강론을 하시던 신부님께서 이런 질문을 신자들에게 던졌다.
“여러분은 주님께 감사하다고 한 주에 몇 번이나 이야기 하시나요?”
나를 위한 기도가 타인을 위한 기도가 되었지만 어찌 됐든 나의 기도는 주님께 청하기만 하는 기도였고, 주님께 감사드린다는 기도는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 강론을 듣고 나니 내심 주님께 염치없이 청하기만 해서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부터 성체를 모시고 묵상 중 기도를 드릴 때 “한 주 동안 별 탈 없이 저와 제 주위 사람들이 무탈하도록 보살펴 주셔서 고맙습니다”하고 감사기도를 먼저 드리게 됐다. 물론 그 다음은 내 주위에 관련된 모든 사람과 가족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다음 한 주도 무탈하게 보낼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기도를 드리고 있다. 내가 실천하는 이 기도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눠 보았고, 내 기도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도 나와 같은 방법으로 기도의 시작을 주님께 감사드린다는 내용으로 시작하고 있다.
임준영 모세
제1대리구 상촌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