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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나 잘하고 있는 거겠지? / 채유호 시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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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데에 정답은 없다’고들 하지만,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민들의 끝자락에는 정답이라는 확신이 자리 잡고 있으면 좋으련만, 때로는 불확실한 물음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 과거를 회상해보면 물음표가 어느새 느낌표가 돼있고,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덧 해소가 돼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기에 지나간 날의 고생마저도 우리는 추억이라 이름 붙이고 살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 신부로서의 삶에도 항시 물음표가 던져집니다. 교육현장은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며, 똑같은 학생들이 살아가지만 그날의 기분에 따라 만남의 온도가 확연히 달라지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선한 메시지를 삶으로 전해야 하기에 매 순간 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사람이기에 때로는 감정이 치고 올라오기 마련이고, 때로는 벅찰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맞이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느낌표일 수 없고, 물음표가 머릿속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물음표의 삶이 교목신부로 살아가는 저에게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섣부른 확신을 삼가게 되고, 더욱 신중하게 저를 이끌어주기 때문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저 자신에게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라며 물음을 던지곤 하는데, ‘그래’라는 확신에 찬 답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스스로에게 미안하지만, 나를 기만하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고 잘못된 길로 가는 것보다는 더 좋은 정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음표 투성이인 학교생활이지만, 지난 시간을 회상하면 물음표들이 걷혀 맑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 힘들고 고민했던 시간들이지만,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은 것을 마주할 때마다 너무나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럴 때면 하느님의 섭리, 하느님의 동반을 생각하게 되고, 모든 과정이 하느님께서 나를 성장시켜주시기 위한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삶에 정답은 없습니다. 현재 자신의 삶이 불확실하게 느껴지기에 고민하고 두려워한다면, 그것은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오늘도 내 삶이 물음표로 시작되었다면, 느낌표로 바꾸어주시는 하느님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좋은 길로 이끌어주시고, 내가 던지는 물음표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느낌표로 바꾸어주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채유호 시몬 신부
효명중·고등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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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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