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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웃 이야기] 광암학원 35년 교직생활 마무리하는 한정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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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보잘것없는 저와 함께해 줬다는 것 자체가 은총이죠.”

효명중학교 교장직을 마무리하고 퇴임하는 한정희(안드레아·61·제1대리구 고덕본당)씨는 교단에 섰던 35년의 시간을 ‘은총’이라고 답했다. 한씨는 “교사로 불러주신 그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며 “지금까지 교사의 길을 걸으면서 후회 한 번 없이 그때 그 마음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드레아, 교사해야 한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본당 수녀의 권유로 피정을 다녀온 한씨는 본당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봉사할 것을 제안받았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한씨는 이 일이 “평생에 걸쳐 잊히지 않는 기억”이라면서 “부르심이 아니었을까 한다”고 회고했다.

그때부터 단 한 번도 청소년 곁을 떠나본 일이 없다. 20대에는 줄곧 본당에서 주일학교 교사로 활동했고, 나이가 차면서 청소년분과장 등으로 봉사하며 본당 청소년들과 만났다. 35년 전 효명중학교 수학 교사로 임용된 이후로는 평일이든 주일이든 늘 청소년과 함께했다. 관리직인 교장이 되고도 해마다 1학년 전 학생과 직접 면담하고, 매일 교문 앞에서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할 정도로 청소년과 가까이 지냈다. 광암학원 교직원으로는 35년 동안 일했지만, 실상 청소년들의 ‘선생님’으로 살아온 세월은 40년이 넘는다.

“아이들을 ‘야!’라고 불러본 일이 없어요. 늘 이름으로 불렀어요. 제가 잘못했을 때는 아이들에게 먼저 사과하면서 다가갔죠. 그랬더니 아이들도 저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한씨는 교사로서의 생활을 “아이들과 놀았다”고 표현했다. 물론 불의의 사고를 겪는 학생도 있었고, 찾아 헤매던 가출 청소년을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만나야 했던 기억 등 괴롭고 슬픈 시간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씨는 “아이들 곁이 좋다”며 “아이들과 헤어지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한씨가 교직생활을 통틀어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행복’이다. 한씨는 “지금도 아침마다 가장 먼저 우리 선생님들과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달라고 기도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만나온 모든 제자들에게 “슬프고 힘든 일도 있지만, 인생은 희망이 더 많이 있는 공간이니 행복을 위해 멋지게 꿈과 이상을 펼치길” 전했다.

2월을 끝으로 교단을 떠나는 한씨는 이제 교회에서 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제는 제가 받은 만큼 교회에 봉헌해야지요. 미약하지만 그동안 받은 은총을 조금이라도 갚는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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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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