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을 설명할 때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내 유년 시절 대부분의 기억은 합창단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합창단 입단 오디션, 처음으로 솔로를 했던 기억, 첫 무대, 친구들과 형, 누나, 동생들 등등….
합창단에서의 경험들은, 소심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무서워했던 나에게 사회성을 가르쳐 줬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건 아직도 조금 무섭지만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는 된 것 같다.
합창단에서 발성과 노래하는 법도 배웠지만, 그것 말고도 사회생활을 하는 법도 배웠다. 합창단에서 오랫동안 단체 생활을 하면서 단원, 전례부장, 동생, 형, 오빠의 역할을 다 해봤다. 이런 경험들이 단체 생활을 하면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또 어떤 행동들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도움이 되는지 등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듣기 싫은 말을 적당히 흘리는 방법이나 내가 상처받지 않으면서 대화하는 법,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로 벽을 세워야 하는지도 배웠다.
합창단에서 배운 것들 덕분에 친구들도 많이 생긴 것 같다. 나는 거의 합창단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춘기도 합창단에서 겪었다. 예민하고 민감한 때여서 그런지 주변 친구들에게 짜증도 많이 내고 선도 많이 그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는지 후회가 많이 된다. 사과를 하고 싶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합창단도 연습을 쉬게 됐다. 다행히 우리 합창단은 유지가 됐지만 다른 합창단은 많이 사라졌고 우리 합창단에서도 친구나 동생들이 그만두게 됐다. 그때는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었고, 집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시간이 낭비됐다. 사회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데에는 코로나의 영향이 참 큰 것 같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다시 합창단 연습이 시작되었을 때는 너무나도 즐거웠다. 마스크는 답답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옆 친구들과 실제 거리도, 마음의 거리도 아직 멀게 느껴졌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동생, 형, 누나들을 보는 것과 노래를 부르는 것은 너무나도 즐거웠다.
공연을 할 때는 계속 많이 긴장하고 실수도 많이 했지만 재미있는 공연이 많았다.
‘고향의 봄’을 부를 때 앞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들이 따라 부르시며 우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공연 때도 긴장을 많이 했지만 그 모습을 보고 더 잘 불러 드리고 싶어서 긴장한 것도 잊고 엄청 집중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안상우 마르코
수원가톨릭소년소녀합창단 졸업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