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박해 동안 뿔뿔이 흩어진 신자들에게 한줄기 등불이 되어 보이지 않는 가치를 실현한 진정한 한국인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시성을 기원하면서 제작했습니다.”
4월 15일 수원가톨릭대학교에서 시사회를 연 다큐멘터리 ‘한국인 최양업-사랑으로 길을 걷다’를 연출한 박정미 감독(체칠리아·67·제1대리구 동천동본당)은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마음가짐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롤모델이 아닐까 한다”고 밝혔다.
“최양업 신부님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한국인의 ‘정’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치명으로 족적을 남기시는 분도 훌륭하지만, 1년 365일을 12년 동안 매일 신자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간 최양업 신부님을 조명하고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박 감독이 이번에 제작한 다큐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서한을 따라서 최양업 신부의 생애와 사목을 심도 있게 파고든 작품이다. 특별히 2021년 ‘한국인 김대건’을 연출한 바 있는 박 감독은 이번 다큐에서도 최양업 신부를 통해 한국인만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했다.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삶이 ‘열정’이었다면, 최양업 신부의 삶은 한국인의 따듯한 ‘정’(情)으로 요약될 수 있었다.
박 감독은 “최양업 신부님은 단 한 사람을 위해서 며칠을 걸어가서 영성체를 주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보이셨다”면서 “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지만, 이 보이지 않는 가치로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너그러운 마음, 그게 예수님의 마음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에게 이번 작품은 여느 작품보다도 특별하다. 제작기간 3년이라는 시간도 그렇고, 전국 곳곳의 최양업 신부의 흔적을 찾아다닌 것도 그렇고, 수많은 신부, 수녀, 신자들을 만나며 인터뷰를 한 것도 그렇지만, 함께 다큐를 제작하다 선종한 남편 최중설(안드레아)씨의 유작인 점이 가장 그렇다.
박 감독은 “다큐를 준비하면서 남편과 최양업 신부님의 심성이 정말 많이 닮았다는 것을 느꼈고, 남편을 통해서 최양업 신부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남편의 선종으로 한동안 가라앉아 있었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믿으며 이 작품을 통해서 선물을 받았다”고 전했다.
“최양업 신부님은 사목에서부터 순교자 행적 번역, 한글 사용, 천주가사 등 이렇게 많은 일을 해놓고도 내세우지 않고 드러내지 않으셨어요. ‘한국교회가 박해 시기 동안 명맥을 잇게 해준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했을 때, 최양업 신부님의 업적이 신자들 가슴 속에 박혀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최양업 신부님을 통해 ‘일상의 순교가 일상의 기적을 낳는다’고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