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어렵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일을 뜻하는 3D 분야에서 주로 일합니다.
사람들은 육체적인 노동이 ‘전문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선입견은, 이주노동자들을 단순히 노동시장의 빈곳을 채우는 대체재로 바라보고, 이주노동자의 현실의 어두운 그늘을 외면하게 만듭니다.
요즘 현장에서는 취업비자를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아보기가 오히려 힘들다고 합니다. 사업주도 오히려 불법체류 노동자들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4대보험 등 사업장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혹은, 불법체류자의 불안한 상황을 이용해 적은 임금으로 고용하려는 의도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 역시 고되고 위험한 일은 기피하는 경향이 생겨버려 사람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고용된 후에도 작업에 숙달되기도 전에 그만두고 사업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합니다. 다소 변명처럼 들리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말입니다.
실제로 김 양식장이나 염전, 어선 통발 작업 그리고 비닐하우스 작업 같은 일들에 종사하는 이주민들을 보면 주로 태국 또는 동티모르 국적의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몰려있습니다. 필리핀이나 베트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주노동 시장에 진출이 늦어 취업연계망이 부족하고, 한국어로 언어소통도 어려운 이들은, 타 국적 이주노동자들조차 기피하는 고되고 위험하며, 저임금에 긴 노동시간의 일들을 맡고 있는 것입니다.
일의 육체적인 노동 강도가 세다는 것은 부상과 안전사고의 위험도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대부분 불법체류자의 지위에 있다 보니, 어떠한 보장도 받지 못하고, 부당한 대우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주저하는 현실은 큰 문제입니다. 위험하고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욱 존중받고 그 권리를 보호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비전문취업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살다가 체류기간 연장에 실패한 후에도 3D 현장에서 일하며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임금체불과 부당대우의 문제는 차치하고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조차 기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마치 현대판 노예제도를 묵인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을 ‘구매할 수 있는 노동력’으로 간주하는 정서 안에서는 어떠한 환대나 보호, 통합 그리고 증진의 측면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간절함으로 그들을 초대했습니다. 우리의 역할을 그들이 빼앗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그들이 대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특별히 더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합니다. 불법체류자의 절박한 상황에서 3D업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려 부당하게 대우받거나 착취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글 _ 이상협 그레고리오 신부(수원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