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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나의 연습, 사랑하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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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의 ‘YES’ 정신으로 창단해, 지금까지 20년 동안 극단을 이끌어 온 정애란(베로니카) 감독님은, “극단의 주인은 단언컨대, 주님”이시라고 시간이 날 때마다 말씀하신다. 주님은 “사랑” 그 자체이시니, 바로 그 “사랑”이 극단을 유지하는 생명의 원천이 아닐까 하여, 감독님에게 “주님의 사랑”을 한마디로 말씀해 달라고 부탁드린 적이 있다.


“사랑요? 음…. 사랑은 쓰지요.” 쓰디쓴 사랑은 어떤 의미일지 다시 여쭤봤다.


“써야 약이 되지요.”


과연, ‘주님의 사랑’은 세상의 ‘다디단 사랑’과는 거리가 있는 듯하다. 주님의 사랑은 당신께는 고통과 가시밭길, 피와 죽음이었지만, 우리는 주님의 사랑으로, 파멸과 죽음의 땅을 벗어나, 영원한 생명의 땅으로 건너올 기회를 얻게 됐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너희가 진정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고 싶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를 사랑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당신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고 계시는지 느끼고 감사드리기만 해도 하느님 나라의 시민권이 자동 발급되면 좋으련만, 시민권을 얻으려면 우리도 당신처럼 서로를 사랑해야만 한다고 하시니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서로를 사랑해야 하며, 그 사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것일까? 과제의 엄중함이 순간적으로 밀려왔다.


아. 그렇지! 주님께서 바오로 사도를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사랑의 모습을 말씀해 주셨으니, 그 구절을 찾아서, 천천히 그 뜻을 헤아려 보기로 했다.


“사랑은 참고 기다립니다. 사랑은 친절합니다. 사랑은 시기하지 않고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지 않으며 성을 내지 않고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4-5,7)


참으로, 세상을 살아내면서, 이처럼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간다는 것 역시 더더욱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드는 순간, 갑자기 나의 눈에 함께 연습하는 동료의 얼굴들이 환하게 들어왔다.


맞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었구나! 사랑할 수 있을 거 같다. 힘들지만 계속 시도하자!


오랜 세월, 연습 내내, 서로서로 참고 기다려 주고, 친절하게 알려 주고, 뽐내지 않으며, 모든 실수를 덮어주고, 믿으며, 성을 내지 않으며, 모든 것을 견디어 내준 동료들을 통해 주님께서는 끊임없이 나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 계셨다!



글 _ 오현승 가브리엘 포센티(앗숨도미네 단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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