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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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똥은 똥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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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이신 여 여사님이 가르쳐주신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가르침 중에는 “똥은 똥끼리 모인다”라는 말씀이 있다. 사전에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고급스런 사자성어가 있지만 당신의 아들들에게 의미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길 원하신 것인지 굳이 이런 강한 표현을 주입시켜 주셨다.


유유상종. 사전에는 ‘비슷한 것들끼리 무리를 이룬다’라고 설명이 돼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 의미가 주로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누군가가 “유유상종이라더니…”라고 하면 그 말이 썩 기분 좋게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 여사님은 당신의 성격만큼이나 확실하게, 가르쳐야 할 의미를 꼭꼭 눌러 담아 귀에 새겨 주셨다. 똥은 똥끼리 모인다고.


당시 뉴스에 불량 청소년 문제가 많이 나왔었다. 껄렁껄렁거리며 모여 다니는 불량한 애들이 많았고, 영화나 뮤직비디오에서 흔치 않게 불량학생, 조폭들의 모습이 등장할 정도였다. 또 그런 아이들이 입는 옷 꼬락서니가 유행하기도 했었다. 부모들은 하나같이 자기 아이가 그런 나쁜 아이들에게 피해를 당할까, 혹은 그들과 어울릴까 걱정하기 바빴다.


그런데 여 여사님은 아들이 똥들과 어울리며 다닐까봐 걱정하지 않았다. 그쯤은 옷장 위에 올려진 회초리로 해결할 수 있었다. 오히려 당신의 아들이 남들이 피해 다니는 똥이 될까 두려워하셨다. 그래서 ‘네 상태가 어떤지에 따라서 주변에 모이는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을 똥은 똥끼리 모이는 법이라며 그렇게나 많이 말씀하셨던 것 같다.


반복해서 옳지 못한 판단을 할 때, 또는 주변에 도움을 베풀어 주는 손이 줄어들고, 잘못했을 경우 충고해 주는 사람이 없을 때, 그때 빨리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하셨던 것이 생각난다.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돌아오기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계신공구(戒愼恐懼). 공자는 제왕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으로 경계하고 매사에 조심하는 마음으로 국사에 임해야 백성들이 기쁨을 누릴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 말은 곧 경계하고 삼가하는 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라 ‘나와 내 안에서’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다. 죄에 빠지는 것은 분명 남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내린 판단과 결정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다른 것은 모두 변명이다.


그럼에도 고해성사를 하러 들어오는 많은 사람들이 ‘누구 때문에’, 혹은 ‘무슨 일 때문에’라며 자신을 변호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벌을 덜 받을 것 같다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물귀신 작전이던지. 이제 고해성사를 할 때 조금 솔직해 보자. 나로 인해 지은 죄를 찾아보고, 그것을 용서받도록 해보자. 분명 고해성사를 한 뒤에 나오는 발걸음이 더 가볍고, 속이 더 후련해질 것이다.



글 _ 문석훈 베드로 신부(교구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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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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