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이끄셨던 신부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이 뜻깊은 카페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 덕에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네요. 운영이 녹록지 않지만,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날까지 이어갈 생각입니다.”
커피 원두의 공정무역을 지지하고 건강한 커피를 모토로 판매 수익금을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부하는 카페 ‘우물가’ 대표 김소영(세레나·제2대리구 호평본당) 씨는 카페를 기획하고 지도하던 고(故) 이호권(바르나바) 신부가 선종한 후에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우물가’는 2013년 이호권 신부가 주임 신부로 있던 수원교구 제2대리구 호평성당에서 신자들을 위해 커피를 내리던 것에서 시작했다. 김 대표는 “그러던 중 신부님의 추진으로 신자 몇 명과 함께 영업허가를 얻어 수익금을 기부하는 카페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2015년 법인 ‘우물가’가 탄생했다.
뜻깊은 일을 한다는 소식에 많은 신자들이 힘을 보탰다. 김 대표는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에서 영업장을 마련해줬고, 신자들도 후원금을 쾌척하시는 등 많은 분이 물심양면으로 카페를 도와주셨다”고 전했다. 그 뒤로 수익금은 모두 수도회를 통해 아프리카 혹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됐다. 김 대표는 “규모가 크지는 않아 수익이 크진 않지만, 한국보다 물가가 낮은 아프리카에 기부금으로 아이들을 위한 자그마한 학교도 지어졌다”고 말했다.
2018년 즈음 ‘우물가’ 총괄자이자 영적 지도자였던 이호권 신부에게 암이 발병했다. 이듬해 카페도 이 신부가 투병하던 교구 라자로마을로 옮겼다. 김 대표는 “지도자셨던 신부님이 투병 생활을 시작한 뒤로 카페 운영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신부는 2020년 선종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카페의 미래에 대해 함께 일하던 두 명의 동료와 여러 차례 이야기 하며 고민을 나눴다”고 회상했다.
이후 이 신부의 친척이 카페 취지에 공감해 세종시 전동면에 새 장소를 마련해줬다. 현재 손님들을 맞을 공간 없이 커피 제조시설만 운영되는 데다가 수익도 많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신부님과 함께할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고 커피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처음 카페를 열었던 당시 신부님과 저희의 꿈은 큰 로스팅 공장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비록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소외된 이웃을 돕는 마음으로 계속할 겁니다. 그럼 언젠가는 하느님이 기회를 주시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