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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다큐 <한국인 최양업> 제작 에피소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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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한국인 최양업>의 교황청 봉헌을 위한 영어더빙 계획은 미국에 있는 친구와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30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는 이민 초기의 어려운 시기를 성당의 모든 활동에 투신하면서 견뎌냈다. 힘든 순간 속에서도 친구의 유일한 목적은 두 딸을 훌륭한 신앙인으로 키워야겠다는 일념이었다. 덕분에 세 살밖에 안 된 손녀가 주님 성탄 대축일 미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야했을 때에도 예수님과 성모님을 두고 집으로 못가겠다고 울 정도의 믿음을 키워줬다.


그러나 이민자들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고국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 줄 부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인 최양업> 다큐를 보면서 이렇게 훌륭한 신앙선조를 재외국인 자녀들에게 알려주고 싶으니 영어로 더빙을 해주면 좋겠다는 친구의 부탁에 영어로 더빙하기로 했다. 마침 로마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교황님께 봉헌할 계획도 세웠다. 그렇게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더빙한 완성본을 만들었다.


이 완성본을 교황님께 전달하기로 한 날은 이상하게도 일정이 꼬이기 시작했다. 교황청으로 가는 도중 교통사고로 인해 고속도로가 전면 마비됐기 때문이었다. 주님이 원하신다면 도착할 수 있겠지라는 희망으로 모두 간절한 마음을 담아 묵주기도를 하면서 겨우 교황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흥식 추기경님과의 약속 시간을 맞추지 못해 교황님 알현이 불가능해졌다.


그때 또다시 성모님은 우리를 도와주셨다. 교황님께서는 일정을 마치시고 들어가시기 전에 우리를 향해 오셨고 기적적으로 다큐를 교황님께 직접 전달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을 넘기며 힘들게 여기까지 왔고 계획대로 교황님께 다큐를 전달했으니 임무는 완수한 셈이다. 얼마나 감격스런 순간이었는지.


그러나 그 감격은 그리 길지 않았다. 들뜬 마음 때문인지 잠깐 사이에 카메라 가방이 없어져 버렸다.


뜻밖의 당황스런 상황에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다큐 마지막 대사인 “여기까지입니까”라는 최기식 신부님의 인터뷰 내용이 떠올랐다. 이번 프로젝트는 완성했으니 잠시 쉬어가라는 뜻일까? 아니면 내가 이루어냈다고 자만할까봐 일침을 주시는 걸까?


이어지는 순례기간은 주님의 뜻을 찾으려는 시간이었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주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납작 엎드려 보니 그야말로 다큐 제작은 내가 한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주님의 도움 없이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오직 감사할 뿐이다.



글 _ 박정미 체칠리아(다큐멘터리 <한국인 최양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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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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