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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올바른 신앙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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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신앙에 대해서 말하려니 갑자기 꼰대가 된 느낌이다. 내 나이도 그렇고 어차피 그런 소리를 들을 거라면 구구절절이 할 말이 없지 않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에 입각해서 말하기로 하거니와, 실은 여기에 많은 기준들이 제시돼 있다고 믿고 있다. 신앙에 있어서 올바르다는 말은 건강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보고 네 가지만 짧게 짚어보고자 한다.


하나, 미신적인 것에 얽매이지 않는 신앙이라야 한다. 일이 잘 되려면 차에 묵주를 걸어야 한다든지, 영적 스카풀라를 달아야 일이 잘 풀린다든지 하는 말들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다 미신이다. 이미 말했듯이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신을 ‘영적 타락’이라고 했다.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렸을 때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기도하지 않는 신앙인은, 하느님을 찾지 않는 신앙인은 미신에 빠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둘, 교만하지 않은 겸손한 신앙이라야 한다. 누가 교만하거나 엘리트 의식(자아도취적이거나 권위적)에 빠져 있다면 올바른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신앙에서 교만과 엘리트 의식은 독초와 같아서 하느님보다 자기 자신을 앞세우고, 쉽게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교황은 ‘하느님도 육신도 없는 지성, 신비가 없는 교리, 겸손이 없는 의지만을 앞세우는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35~62항) 그런가 하면 “모든 물음에 척척 대답하는 사람”(41항)도 실은 교만한 사람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신앙의 주도권은 인간이 아닌 언제나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52항)


셋, 조급하지 않은 여유로운 신앙이라야 한다. 한국사회는 불안을 부추기는 사회 같다. 무엇이건 ‘빨리 빨리’가 대세다 보니 현재의 삶이 한없이 불안하고 고독해지기 쉽다. 교황도 “우리가 그분을 받아들이고, 그분 없는 우리 삶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을 때, 고독의 불안은 사라질 것”(51항; 시편 139)이라고 했다. 삶이 팍팍할수록 스스로 웃는 여유, 유머러스한 표현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교황이 회칙 제목부터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고 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현대인들이 자주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넷, 언행일치의 신앙이라야 한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며, 신앙인들이 종종 비난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없지만, 적어도 노력해야 한다. 특히 행동보다 말에 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라도 남에 대한 비난, 험담, 조롱과 같은 독설은 피해야 한다. 자칫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말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한 부인이 장을 보러 시장에 갔다가 이웃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데, 남을 흉보는 얘기가 시작됩니다. 그런데 부인은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아니야, 난 그 누구에 대해서도 나쁘게 말하지 않을 거야.’ 이것이 성덕으로 나아가는 한 걸음입니다.”(16항)



글 _ 유희석 안드레아 신부(수원교구 제1대리구 구성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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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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