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활동을 하면서 본당활동을 쉬었습니다. 주말마다 공연이 많기도 하고 본당에서 직책을 맡고 있다 보면 찬양의 기회를 놓칠까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저의 찬양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생겼습니다.
2년 전, 본당 성가대 지휘자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입니다. 코로나19 시기 동안 잠시 멈췄던 성가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데 지휘자가 공석인 상황이었습니다.
성가 중에서도 생활성가만으로 찬양해 왔었고 건반, 기타, 베이스, 드럼의 밴드 악기와 마이크를 잡은 보컬 몇 명의 합을 맞추는 성가를 하던 제가 피아노 1대에 남녀 30명이 4부 화음으로 한목소리를 내는 성가대를 이끈다는 것은 제 인생에서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아는 가톨릭 성가라고는 리듬을 현대적으로 편곡해서 1집 음반에 실은 몇 곡 빼고는 아는 곡이 거의 없었습니다.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일인데 부족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정말 많은 고민과 기도를 했습니다. 몇 번의 거절 끝에 ‘이 또한 하느님께서 나를 새로운 곳에 부르시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지휘자 요청을 수락했습니다.
최소 10년, 대부분이 20년 이상 성가대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과 합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악보를 조금 더 빨리 볼 수 있고 틀린 음과 리듬을 빨리 체크할 수 있는 것 말고는 그분들의 관록에 못 미쳤습니다. 하지만, 성가대 분들은 나이도 한참 어리고 자식뻘 되는 저를 항상 존중해 주셨습니다. 이분들을 보면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교중미사를 하면서 가톨릭 성가에 훌륭하고 좋은 곡이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또한 저는 교회음악의 한 페이지를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활 시기 동안 사용할 국악 미사곡을 공부하고 익혀서 연습했는데, 많이 어려운 멜로디와 리듬이지만 성가대원들의 하고자 하는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성가가 주는 힘이 정말 크구나!’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됩니다. 특송을 준비하면서 4부 악보를 구하지 못하는 곡들은 직접 4부로 편곡 해보기도 하고, 마땅한 송별곡을 찾지 못해 직접 만들어서 부르기도 했습니다.
교회의 전례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사순 시기, 성삼일과 부활 시기, 대림 시기와 성탄 시기, 교회의 중요한 전례와 그 시기에 부르는 성가의 의미들 …. 아마도 지휘자를 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님 부활 대축일과 주님 성탄 대축일을 준비할 때는 힘들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더 큰 신앙의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지금 악기와 목소리가 아닌 손으로도 찬양하고 있습니다.
글 _ 제치원 암브로시오(찬양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