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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나야,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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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도 그 방송 보셨어요?”


요즘 유행하는 TV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네, 저도 즐겨 보고 있어요”라는 대답에 의외라는 반응이 돌아옵니다. 아마 신부라면 당연히 가톨릭 방송만 보리라 단단히 오해하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요즘 트렌드를 알아야 세상도 알고 대화 주제도 생기는 까닭에 유행하는 것들을 일부러 찾아보기도 하지만, 사실 재미있는 방송을 보는 첫 번째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재미있으니까요!


며칠 전,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미 유명한 요리사들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재야의 고수 요리사들을 ‘백수저’와 ‘흑수저’로 나누어 요리 경연을 펼치는 내용이었습니다. 요리와 경연이라는 익숙한 주제로 무슨 특별한 것이 또 나올 수 있겠나 싶었지만, 결과는 영혼까지 갈아 넣은 창작자들의 수고를 배신하지 않은 듯합니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OTT TV 시리즈 부문에서 비영어권 1위를 기록하는 등 각종 화제성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죠.


물론 요즘 방송답게 자극적인 매운맛의 요소들도 적지 않았지만, 배울 점 또한 많았습니다. 수십 년 경력의 셰프들이 후배들과 자기 발전을 위해 참가자로 나선 것을 보며 역시 사부다운 그들의 관대함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기도 했고, 자기 요리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잔반통까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며 모든 일은 성찰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것은 요리사들이 자신만의 인생 스토리가 담긴 요리를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요리사들 각자의 이야기는 달랐지만, 그들 요리의 깊이는 결국 그때는 피하고 싶었을 삶의 굴곡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공통점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경연 프로그램답게 등수는 정해졌으나 시청자들의 시선은 더 이상 순위에 얽매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방송을 보는 각자의 취향은 다르지만 모두 하나같이 훌륭한 인생 요리임은 분명했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우리 인생도 요리 대회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각자 다른 삶의 부재료들이 주어졌지만, 심사위원 하느님께서는 모두에게 ‘신앙’이라는 주재료를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평가 요소는 바로 신앙의 맛을 살리는 것입니다. 들기름 요리를 했던 한 프로그램 참가자의 명언처럼, 중간 평가를 해줄 우리 이웃들이 내 인생 요리를 맛보며 이런 소리가 귓가에 맴돌면 좋겠습니다.


“나야, 하느님!”



글 _ 김영철 요한 사도 신부(수원교구 장애인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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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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