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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동티모르 선교 방문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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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시편 34,9 참조)


오전 내내 회원들이 준비한 음식을 접시 가득 담아 맛있게 먹는 일꾼들의 표정만으로 피로가 사라졌습니다. 얼마나 많이들 먹는지…. 점심 한 끼의 식사가 하루의 식사량이라고 하더군요. 그들이 하루 종일 노동해서 받는 급료는 겨우 5달러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일정에 따라 파트릴라우 공소로 갔습니다. 교우들과 미사를 봉헌하고 어려운 가정에 쌀 50포대와 라면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보통 한 가정에 10명이 사는데 한 달에 25kg 쌀 3포대를 먹는다고 했습니다. 공소의 한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한집에 10명이 사는 그 집은 마치 이런 표현이 죄송하지만, 닭장이나 돼지우리 같은 집이었습니다. 펴놓은 이부자리 위로 닭이 걸어 다니며 똥을 싸놓고, 지저분한 커튼이 들어가는 문 역할을 했으며, 웬일인지 1/3 정도는 바깥과 통하게 뚫려 있었습니다. 밤에는 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는데 그 추위를 어떻게 감당해 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 중에 10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고름이 나는 코밑이랑 발등의 상처로 울고 있었습니다. 김민조(하상 바오로) 신부님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지고 있는 상비약으로 치료를 하며, 동티모르의 오랜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신부님도 면역력이 약해져 피부병이 심한 상태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빌로코 데레사 중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중학교 학생들과 신자들의 환대와 환영식은 대단했습니다. ‘영대’ 같이 생긴 타이를 걸어 주며 환영하는 인사는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충분히 마음에 감동으로 와닿았습니다. 학생들과 신자들과 함께한 미사는 대축일급 미사였습니다. 미사 중에는 성대한 자매결연식도 있었습니다.


김민조 신부님은 강론에서 “올봄 무너진 학교 담장을 복구하는 데 큰 힘이 되어 주신 동아시아복음화연구원과 직암선교후원회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여러분들의 배려와 사랑과 나눔의 정신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공소 신자들에게 큰 위로와 기쁨이 돼줬으며, 단순한 물질적 표현이 아닌 진한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눔과 기도, 여러분들이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어 하느님 사랑 안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기도 속에서 이어나가자”고 하셨습니다.


미사를 마친 후 중학교 학생 100명과 공소 신자 50명에게 쌀과 라면과 학용품과 과자와 볼펜이 들어 있는 꾸러미를 선물했습니다. 좀 더 자주 나눔의 기회를 마련해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들의 모습에서 선한 영향력이 전해졌는지, 신자 한 분이 옹달샘이 있는 중학교 인근의 땅을 봉헌하겠다고 약속하자, 김 신부님은 바로 현장의 땅을 보고 왔노라고 대단히 기뻐했습니다.



글 _ 정옥금 클라라(직암선교후원회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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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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