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누군가에게 희망 된다면 기쁘게 봉사활동 이어가야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코로나19를 거치며 끊이지 않는 분쟁, 사회의 양극화, 갈수록 어두워지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지만, 그리스도를 따르는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 희망을 나누며 살아간다. 그래서 교회는 2025년 희년을 ‘희망의 순례자’라는 표어 안에서 준비해 나간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7주년을 맞아 우리 ‘희망의 순례자’들의 희망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치매 어르신과 함께한 다큐로 희망을 나누는 김태은 군
    “누군가에게 희망 된다면 기쁘게 봉사활동 이어가야죠”



중학교 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
치매에 대한 관심 높이려 영상도 제작
세상에 희망 퍼뜨리는 봉사 의지 재조명




“저의 작은 활동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희망이 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한 발짝이라도 내딛으려고 노력한다면 그 누군가의 희망은 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은(루치아노·18·수원교구 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군은 지난여름, 용인외대부고 동아리 ‘몽실몽실’ 부원들과 함께 치매 환자 요양원에서 봉사를 진행, 그 과정을 영상에 담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치매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지만 어둡거나 부정적인 느낌은 없다. 청소년들과 함께 소통하고, 밝게 웃는 어르신들의 모습, 그런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청소년들이 지니고 있던 치매에 대한 무관심과 오해, 편견을 깨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김 군은 “봉사하기 전에는 치매를 앓는 분들은 소통도 잘 안되고 폭력적이시지 않을까하는 이미지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만나보니 많이 웃기도 하시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시는 그냥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셨다”고 말했다.


김 군과 ‘몽실몽실’ 부원들은 이런 마음을 다큐멘터리에 담아 전했다. 특히 9월 21일 화성 달빛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몽실몽실 봉사단: 치매 요양원으로 간 고등학생들, 그 한 달간의 여정>을 상영했다. 동탄복합문화센터 야외공연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이 김 군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치매 어르신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시선에 감동하고, 또 공감했다.



김 군은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하시는 분도 계시고, 한 어르신은 나중에 치매가 생겼을 때 이런 학생들이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치매라는 주제가 예민할 수 있겠지만,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조금이나마 치매에 관해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거기서 또 희망이 생길 수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안 그래도 다들 각자 삶 속에서 바쁘고, 남에게 도움의 손길을 줄 여유도 시간도 없는데, 우리마저 외면한다면 세상이 너무 차가워지지 않을까요?”


김 군이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치매 어르신을 위해서가 처음이 아니다. 중학생 때부터 스스로 봉사활동을 찾아 나선 김 군은 다문화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했었고, 지금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다. 예전처럼 대입에 외부 봉사가 가산점이 되지도 않는 지금, 입시만으로도 바쁠 고3 시기에도 봉사를 이어가고, 봉사가 더 널리 퍼지도록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이유를 묻자 김 군은 “예수님이 희망을 주는 존재라서”라고 답했다.


“어린 시절 미국에서 잠시 생활할 때 현지 또래들의 차별과 따돌림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나를 도와주는, 희망을 주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봉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제게 희망을 주시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 절망의 끝에서 ‘희망 디자이너’로…제2인생 사는 유창옥 씨
    “모든 걸 잃은 때에 붙잡은 기도로 희망의 문 열고 주님과 가까워져”



6년 전 사업 실패로 자살까지 생각해
자본금 없이 할 수 있는 ‘강사’로 재기 성공
스스로의 삶 통해 청중들에게 희망 전파




“어렵고 힘들고 죽고 싶을 만큼 어려울 때, 절망의 문 뒤에는 또 다른 문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은 바로 ‘희망의 문’입니다.”


유창옥(바오로·68·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씨는 지난해부터 스스로를 ‘희망 디자이너’라 부르고 있다. 절망에 빠진 사람들,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유 씨는 다양한 강의뿐 아니라, 지역 도서관과 함께 희망 인문학 강좌를 기획하고, 상담을 위한 마음건강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든 재산을 잃어버리고 알몸뚱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식물인간이 됐죠. 설악산이나 인천대교도 여러 번 찾아가서 장소를 보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죽음에 문턱에서 희망의 끈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희망을 전하는 유 씨지만, 6년 전의 유 씨는 절망의 나락 끝에 서 있었다. 일본 쪽 수출이 수익의 80~90를 차지하던 유 씨의 회사는 한일 무역분쟁으로 수출이 어려워지자 빠르게 기울어졌다. 은행 추심업체가 매일 집 문을 두드렸고, 수많은 등기가 집 앞에 쌓여나갔다. 결국 회사는 물론이고 전 재산을 다 잃고 말았다.


육십 평생을 성실히 살아왔다 자부했는데, 가족은 물론이고 제 몸조차 건사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몸도 마음도 황폐해졌다. 그래서 사망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기에 이르렀다.



유 씨는 “눈치를 챈 아내가 ‘돈을 잃은 건 용서할 수 있지만, 죽는 건 용서할 수 없다’고 절규하자 그때 마음을 돌리고 성지를 찾아 묵주기도를 바치기 시작했다”며 “그 기도의 힘이 제가 희망의 끈을 잡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자본금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찾던 중 ‘강사’가 눈에 들어왔다. 레크리에이션에서부터 시작해서 웃음치료, 웰다잉, 생명존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격을 취득해 복지관, 학교 등에서 강의를 해나갔다. 또 돈 버는 활동만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 기도로 신앙을 깊이 성찰하면서 수원가톨릭대학교 하상신학원을 졸업, 선교사·교리교사 자격증을 따고 초등부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위해 성경 강의도 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의를 하던 유 씨는 강의를 듣는 이들이 자신을 통해 ‘희망’을 발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강의를 통해 희망을 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길 바라면서 「희망 디자이너 유창옥」(208쪽/1만8000원/행복에너지)을 펴내기도 했다.


유 씨는 “제 책을 읽고 남편과 사별 후 우울증에 빠져 생활하시던 한 독자가 ‘매일 아침 감사하다는 말로 시작하면서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며 “제 인생을 통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받을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만약 파산하지 않았다면 저는 그저 그런 신자였을 것이고, 이렇게 희망을 전하는 일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망하는 것, 실패하는 것도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안에서 예수님과 더 가까워지고 희망의 문을 발견한 저처럼, 누구든지 주님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4-10-22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3

에스 4장 17절
당신 손으로 저희를 구하시고 주님, 당신밖에 없는 외로운 저를 도우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