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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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하느님 집 문간에라도 살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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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형님은 성당에 나가거든 연령회에 가입하세요.”


오래 전 내가 세례를 받기 며칠 전 나보다 먼저 교회에 다니던 동생이 나에게 한 말이다. 내가 세례를 받고 성당에 나간다니 동생은 자기 일처럼 엄청 기뻐했다. 난 ‘연령회? 비슷한 또래들끼리 모이는 모임인가’ 하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세례를 받고 얼마쯤 후 미사 참례 후 성당 카페에서 아는 분께 연령회에 가입하고 싶다고 했다. 그랬더니 연세가 80은 훨씬 넘어 보이는 분을 모시고 와서 “이 어른이 연령회장님이세요”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며 “연령회가 뭐하는 곳인가요?”하고 물으니 “연령회는 사람이 죽으면 염(殮)도 하고 돌아가신 분을 위해 기도하는 단체”라고 말씀하신다. 순간 동생이 왜 연령회를 하라고 그랬는지 이해가 됐다.


난 강원도 횡성의 아주 산골 유교를 믿는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원주로 유학 나올 정도의 오지 마을이다. 30리쯤 떨어진 동네에 가면 하얗고 예쁜 집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공소였다. 머리가 노랗고 코가 큰 외국인이 가끔 보였는데 그분이 신부님이었을 테고. 내가 20대 중반까지 할아버지가 생존해 계셨다. 그때 팔십이 넘으신 할아버지는 장손인 나를 엄청 예뻐하시는 분이셨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는 집이 못사는 것도 아닌데 동네에 초상이 나면 염습부터 장례를 도맡아 하셨다. 할아버지께서는 교회에 다니지는 않으셨지만 당신 방법으로 선업을 행하고 계셨던 것 같다. 그분께서는 입버릇처럼 “내가 죽으면 장손인 네가 나를 묶어서 땅에 묻어줘야 한다”, “난 내 손주가 날 묶어서 보내주면 참 좋을 것 같다”,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시면서 동네에 초상이 나서 염습하러 가실 때면 나를 꼭 데리고 가셔서 보게 하시고 시신을 만져보게 하시며 염습 순서를 알려주셨다.(옛날에는 집에서 염습을 하던 때였다.)


덕분(?)에 염습을 아마 열 번 이상 해본 것 같다. 그래서 성당 카페에서 만난 할아버지 연령회장님께 “아 제가 염습은 조금 해 봤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며 당장 연령회에 가입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세례와 동시에 연령회에 가입하는 아주 희한한 성당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얼마 후 성당에 초상이 났다고 오라고 해서 어느 장례식장에 갔더니 연령회에서 “염을 해야 하는데 나보고 할 수 있겠냐”고 하셨다. 아무 생각 없이 하겠다고 하고는 염습실에 들어가서 염습을 하는데, 염습실 밖에서 이상한 노래가 들려왔다. “깊은 구렁 속에서 주님께 부르짖사오니, 주님 제 소리를 들어주소서.”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왠지 모를 야릇한 아니 울컥한 그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그것이 이때까지 연도(위령기도)를 공부하고 연령회를 하게 된 시작이었다.



글_김태은 안셀모(수원교구 연령회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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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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