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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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당신의 법을 따라 사는 사람들은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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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있은 후 나는 죽음에 대해 많은 묵상을 하게 됐다. 처음으로 입관 체험을 했고 그 다음은 죽음에 관한 묵상글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중 고(故) 윤형중(마태오) 신부님의 「사말의 노래」는 십수 년 동안 거의 매일 일고 듣고 해서 지금은 거의 외울 정도로 많이 들은 묵상서다.


「사말의 노래」는 일찍이 윤형중 신부님께서 ‘경향잡지’에 연재하신 내용을 약간 수정하고 증보하여 묵상서로 발간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사말 즉 우리 인간이 결코 피할 수 없는 네 가지 문제들, 죽음, 심판, 천국, 지옥의 과정을 신부님 특유의 필체로 때로는 무섭고 또 한편으로는 반드시 따르도록 정말 자세히도 써 주신 것 같다.


“백년 천년 살 듯이 팔딱거리던 청춘이라 믿어서 염려 않던 몸 거기에도 죽음은 갑자기 덤벼 용서 없이 목숨을 끊어버린다.”


첫대목을 읽으며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아주 강한 충격을 받았다. 처음은 카세트테이프로 들었는데 당장 구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아주 급하게 책을 구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다 보니 꼭 내가 앞으로 겪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다른 분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시리라 생각이 든다. “죽음에는 남녀도 노소도 없고 빈부귀천 차별도 없다 하지만 설마 나도 그러랴 믿고 있더니 이 설마에 결국은 속고 말았네.”


‘우리 모두가 이런 생각으로 이 세상을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왠지 잘못 살아왔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눈을 뜨고 아침에 일어나거든 그 하루를 최후로 생각들하고 밤이 되어 자리에 눕게 되거든 임종하는 자리로 준비들 하소. 주 성모는 우리를 굽어보소서. 이 세상에 천만번 태울지라도 후 세상엔 우리를 용서하소서.” 이렇게 끝나는 마지막 부분을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가정 제대 앞에 촛불을 켜고 무릎을 꿇게 된다.


요즘은 수원교구뿐만 아니라 다른 교구 본당으로도 연도와 상장례를 강의하러 많이 다닌다. 연도가 노래가 아니고 기도라는 것을,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낼 때 슬픔이 아니라 세상 창조 때 만들어 놓으신 그곳에서 다신 만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그래서 주님의 낙원에서 영원한 안식과 행복을 누리며 살기 위해 잠시 이별한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위령 성월에만이 아니라 우리 곁을 떠난 부모 친지 이웃의 형제들을 위해 끊임없이 매일 연도를 바치는 그런 생활이 필요함을 더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나 또한 언젠가 하느님 곁으로 갔을 때 “나보다 먼저 가신 분들을 위해 연도를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씀드리면 예수님께서 “참 잘했구나”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승용차 시동을 켬과 동시에 흘러나오는 연도와 함께 또 하루의 순례를 시작한다.



글 _ 김태은 안셀모(수원교구 연령회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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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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