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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기억의 솜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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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여자아이는 긴 의자에 누워 잠이 들었다. 잠에서 덜 깬 아이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는 창문에서 비춰오는 햇살에 조용히 몸을 맡기고 앉아 있다. 그 햇살은 이 아이에게만 비춰지는데 너무나 영롱하고 따사롭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스르르 잠이 든다. 종종 하원 시간에 할머니가 데리러 오시는 시간이 늦어지는 날이다. 잔디밭에 나가 뛰어노는데 풀냄새도, 새소리도 모든 것이 정겹고 평화롭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유치원은 긴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할머니는 손녀딸을 자주 업고 오르락내리락하셨다. 계단 옆에는 흰 성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날 묵주 기도 중에 떠오르게 해주신 장면이다. 성모님이란 존재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감사함을 알게 되면서 찾아온 기억들이다. 잠든 곳은 바로 성당 성전이었다. 흰 성상은 성모님이셨고, 그 앞에서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들. 수녀님도 기억 속에 어렴풋이 스쳐 지나간다. 내가 성당 유치원에 잠시 다녔다는 사실을 불과 몇 년 전에 알게 됐다. 


부모님께서는 사정상 어릴 때 나를 외가에 맡긴 게 가끔 안쓰러워 말씀하시지만, 나는 3년여 동안 외가에서 지낸 기억이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안다. 외가 식구들의 사랑도 따듯했고, 무엇보다도 그때 성령님이 나와 함께 하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모르고 산 것이지 늘 나와 함께 하셨다는 확신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신앙이 없는 가정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랐지만, 신앙이 있는 친구들의 가정이 늘 부러웠고, 아주 우연히 성모님 성상을 마주할 때면 멈춰 섰었다. 성당에 다니고 싶은 마음은 늘 한 편에 있었지만, 이끌어주는 그 누구도 없었다. 그래도 힘들 때나 기쁠 때 하늘을 보면서 자주 대화하곤 했다. 내 마음을 아시고 늘 돌봐주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를 지켜보신다고 느꼈다. 다만, 내가 하느님 사랑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이웃에 대한 사랑도 좀 더 알았더라면 하느님께서 더 좋아하셨겠다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내가 엄마가 되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선물인 신앙을 주고 싶었다. 늘 신앙을 갈망했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는 하느님의 사랑이야말로 우리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큰 힘이 되고, 은총이라고 여겼고, 마침 원하던 때에 이끄심으로 나는 성당에 가게 됐다. 아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함께하는 사람들, 그리고 겸손한 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내 마음은 간절했다.



글 _ 김주연 마르첼라(수원교구 제1대리구 성복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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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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