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을 교육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된다. 오르간 전공을 원하는 학생부터 취미로 배우는 분들도 있지만, 악기 특성상 성당에서 미사 시간에 성가 반주를 하고 있고, 또 이들과 같이 할 수 있기를 꿈꾸며 열심히 배우는 자매님들이 많다. 그리고 이 분들은 대부분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희생하는 것은 물론 수업과 연습에 열정을 투자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 배우게 된 동기도 다양하지만, 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한 분은 80세가 넘으신 자매님이다. 고령의 연세에도 그 어려운 건반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셨고, 죽는 날까지 배우며 주님께 봉헌하고자 한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뵐 때면 오르간을 전공한 나로서도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날 레슨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전부터 신기하게 여기던 이 현상(?)에 대해 다시 곰곰히 생각해봤다.
“무엇이 이 분들을 이렇게 열심으로 이끄는 것일까? 전문 음악가들처럼 멋진 무대에서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는 것도 아닐 텐데, 무엇을 위해 혼신의 힘으로 집중하는 것일까?”
고민과 묵상 끝에 그 현상의 근원이 바로 그들의 하느님을 향한 믿음에 있고, 그 모습은 믿음의 발현이 열정으로 표현된 결과였음을 느꼈다.
믿음!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 평생을 두고 신앙의 여정 속에서 계속 점검하며 완성해야 하는 신자들의 ‘핵심 덕목’ 아닌가. 그런데 이 분들은 그 믿음을 자신의 열정으로 가득 찬 성가 반주를 통해 묵묵히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참 아름다운 모습 그 자체였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야고 2,14-26 참조)이라고 단호히 말씀하신 성경 구절이 생각났다. 우리의 지적 믿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천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믿음’이라는 것이 그저 인간의 관념 속에만 있는 것은 허무할 뿐이며, 그 믿음은 실천으로 완성해야 하는 것임을 새롭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동안 ‘믿음의 실천’이라는 것이 범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어떤 거창하고 그럴듯한 선행 수준으로만 생각했던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은 그동안 나의 실천을 더 어렵게 만들며 관념 속에서만 머무르는 오류를 만들었는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주에서 주님의 영광을 보이기 위한 작은 봉헌이라도 실행 한다면 그것은 나만의 실천이 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 그분들의 진심어린 성가 반주 소리가 자신들에게는 믿음의 실천이면서 어떤 이에게는 눈물의 멜로디 또는 주님의 음성으로 다가오는 은총의 선물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나의 작은 정성으로 하루하루 해나가는 수업이 그 과정에 일조할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글 _ 장지원 마리아 막달레나(수원가톨릭오르가니스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