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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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하느님께서 열어주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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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때때로 우리의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끕니다. 저는 충남 금산의 시골 마을에서 소아마비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 의사의 꿈을 키웠지만, 집안 형편으로 대전의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했습니다. 낯선 도시와 환경 속에서 불량배들의 괴롭힘을 받으며 하루하루가 힘겨웠습니다.


삶의 벽 앞에서 답답함과 절망이 밀려왔던 어느 날, 저는 산꼭대기에 올라 눈물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멀리 붉게 빛나는 십자가를 발견했습니다. 그 빛은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왔고, 저는 용기를 내어 교회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를 괴롭히던 불량배들이 이미 그 교회의 신도였습니다. 당황스럽고 두려웠지만, 예배당의 문을 열었을 때 그들은 더 이상 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따뜻하게 대해주었고, 이 경험은 제 삶에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만난 신앙은 제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선사했습니다. 더욱 깊어진 신앙 속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여건으로 다른 길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신앙을 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앙은 더욱 제 안에서 단단히 뿌리내렸고, 성당에서 세례를 받으며 하느님의 인도하심을 다시 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이후 저는 또 다른 중요한 사명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교도소 봉사였습니다. 재소자들과 함께하며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26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제 삶의 모든 순간은 하느님께서 열어주신 길이었습니다. 불확실하고 힘겨운 시간을 겪으면서 신앙 안에서 진정한 위로를 얻었고, 삶의 참된 의미를 발견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시골 작은 본당에서 신앙을 지키며, 하느님의 섭리 속에서 모든 여정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큰 축복이 있었습니다. 국제구호기구 (사)꿈나눔재단의 설립입니다. 공익법인을 통해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자 꿈나눔재단을 설립하였고, 그 재단은 나눔의 손길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신앙은 제게 축복이었습니다. 이제 그 축복을 나누며, 방황하는 이들에게 작은 빛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의 삶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더라도,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는 모든 순간이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길 위에서 우리는 더 큰 사랑을 배우며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글 _ 신원건 대건 안드레아(사단법인 꿈나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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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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