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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3) 의심많은 아들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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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의심많은 아들, 괜찮을까요?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이 있습니다. 저는 아들이 신학교에 가기를 원해서 어린 시절부터 복사단에서 활동하게 하고, 주일미사에도 빠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들도 초등학교 때는 자기는 꼭 훌륭한 신부님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더니 자꾸 이상한 말만 합니다.
 
 예수님이 외계인이라거나 교리에 대해 하나하나 의심이 간다는 등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믿음이 좋던 아이가 왜 그렇게 변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주님께서는 토마스 사도가 의심하는 것에 대해 심하게 야단을 치셨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아이가 성소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합니다.

 
A. 자매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자매님 아드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또래 아이들은 대개 그런 과정을 거쳐 가는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선 주님께서 토마스 사도를 야단치신 것은 그 배경을 아셔야 합니다.
 
 토마스 사도를 비롯한 열두 제자는 주님 곁에서 수많은 기적을 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대우를 받은 이들입니다. 그런데도 토마스 사도는 여전히 자기 껍질 안에 안주하면서 자기 잣대로 고집을 부렸습니다. 이런 고집불통인 토마스를 보면서 주님께서 짜증이 나셔서 야단을 치신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영성가는 만약 우리가 토마스 사도가 받은 은총 중에 일부만 받았어도 모두 성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아드님이 교리에 대해 의심을 하는 것은 토마스 사도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경우입니다. 아드님은 지금 정상적 신앙 발달과정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제임스 포뮬러라는 영성심리학자는 신앙의 단계를 여섯 단계로 나눴습니다. 첫 단계는 `직관적 투사적 신앙기`라고 합니다. 이때는 환상과 실체를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입니다. 마술적 믿음이 강한 단계로 유아적인 신앙 단계입니다.
 
 그래서 이때는 맹목적으로 믿는 경향이 짙고, 모든 것을 전부 신비주의적 관점, 영적 관점에서 보는 경향을 보여서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삶을 살게 됩니다.
 
 가톨릭 신자라고 하면서 기적에 지나치게 매달리거나 신비주의적 현상에 매달리는 미신적 경향을 보이는 분들은 대개 신앙생활의 초보단계에 머무른 분들입니다. 이 단계의 분들은 다소 배타적인 성향도 있어서 자신의 말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믿음이 약하거나 마귀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투사적인 양태의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영적 존재 혹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하는 자기애적 성격장애의 증세를 보여서, 시간이 가면서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기도하는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신비화하는 교주 콤플렉스를 보입니다. 그래서 이분들은 교회 안에서 활동도 많이 하고 기도 모임도 많이 하는데도 교회 공동체와 겉도는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논리적 사고가 싹트고 신앙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의 분들은 초보신앙인 시절의 교리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깊은 신학적 견해를 갖기위해 수준 높은 신앙 및 신학 서적들을 보기 시작합니다. 또 교회 안의 여러 가지 신앙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교류관계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의심이 발생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의 속성은 사춘기적 심리상태입니다. 아이들이 집이 답답해 가출을 꾀하려고 하듯이 가톨릭교회가 종교적 속박이라는 느낌이 들어 끊임없이 의심하고 반항을 하고 냉담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확고한 신앙인으로서 정체성이 확립된 것이 아니기에 마음 안에는 늘 불안감이 영혼을 뒤흔들어 댑니다. 그래서 이 시기를 신앙생활에서 격동의 시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야 할 시기, 쓸모없는 시기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이 시기에 사람 마음 속 깊은 곳에 묻힌 많은 것들이 심리적 격랑 속에서 파헤쳐져서 올라오는 건강한 치유과정을 갖게 돼 이 시기를 은총의 시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네 번째 단계는 개별적, 반성적 신앙기입니다. 이때는 초자연적인 외적 현상보다 내적인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다듬는 시기입니다. 즉, 신앙인다운 삶을 살기 위해 절제하는 시기입니다.
 
 다섯 번째 단계는 자아 깊숙이 박힌 편견과 상상을 없애고 보다 깊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애를 쓰는 단계입니다. 이때부터 한 개인의 과거에 대한 교화 재작업이 이뤄집니다.
 
 마지막 단계는 포용력 있고 성숙한 인간 공동체적 정신을 가지며 어떤 계층의 사람들과도 마음을 열고 친교를 나누는 열린 마음을 가진 단계입니다. 자매님의 아드님은 여러 단계 가운데 시작 단계를 걷는 것이니 너무 걱정 마시고 주님께 아드님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아드님을 위해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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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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