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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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5) 깨끗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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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깨끗한 성당

 저희 본당 신부님은 호랑이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님은 아이들이 마당에 휴지를 떨어뜨리거나 어른들이 담배꽁초를 흘리면 야단을 치십니다.
 
 성당이 무슨 쓰레기처리장이냐고요. 또 신자들이 복장을 좀 흐트러지게 하고 오면 왜 성당에 단정하게 입고 오지 않느냐고 야단을 치십니다. 꼭 그렇게 하셔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A. 제가 사목하는 가좌동성당 주변은 지금 재개발로 인한 철거작업으로 주변이 마치 폭탄 맞은 곳처럼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철거업체가 철거를 하는 것을 보면 불도저로 빈집을 무너뜨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용역들이 다니면서 무너진 집의 유리창을 다 깨서 사방에 뿌리고 쓰레기들도 여기저기 버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곳에서 버티고 사는 사람들 마음을 심란하게 해서 제 발로 나가도록 하려는 심리적 이유 때문입니다. 사는 곳이 쓰레기 더미가 되면 사람 마음도 살 마음이 없어지기 마련이란 것을 잘 아는 것이지요.
 
 그것처럼 성당 역시 지저분해지면 신자들 마음이 떠나게 되고 결국에는 몸도 떠나게 됩니다. 형제님은 혹시 집에서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십니까? 아무리 좋지 않은 집이라 할지라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집이 아무리 허름한 집이라 하더라도 바로 내 집이고 휴식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부님 역시 신자들이 성당을 자기 집처럼 아끼라는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을 것입니다.
 
 복장 문제 역시 그렇습니다. 옷을 아무거나 걸쳐입으면 자세가 흐트러질 뿐만 아니라 마음도 흐트러집니다. 그 이유는 몸이나 마음이 환경에 아주 예민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도하러 성당에 올 때에는 그에 걸맞은 옷차림으로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비단 성당에서만이 아니라 바깥 사회에서도 그렇지요.
 
 단정한 차림을 한 사람은 왠지 신뢰가 가지만 지저분하게 흐트러진 외양을 하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에게서 좋은 평판을 듣기가 어렵습니다. 또 단정한 차림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마음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더 낫게 꾸미고 싶은 욕구가 올라옵니다.
 
 그래서 말이나 행동도 더 신경 쓰고 자기 외양뿐만 아니라 내적인 면도 더 다듬고 싶어합니다. 이것은 사람이 가진 자존감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존중해주면 자존감이 생기는데, 자존감은 다시 자기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를 일으켜줍니다.
 
 옷이 날개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이처럼 비싼 옷이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해주고 다듬어주고 꾸며주려고 하는 마음가짐은 신앙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 모두 중요한 것입니다.
 
 단지 그 신부님께서 이런 취지를 잘 설명하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야단치는 것은 설득 효과가 적고 오히려 반발을 사기 쉽기 때문입니다.
 

Q2. 신부님이 싫어요

 새로 오신 신부님께서는 신자들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너무나 순하고 착하신 분인듯한데 왠지 저는 그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꾸 뒤에서 흉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는 곧 후회하곤 합니다.

 제가 왜 이러는 것일까요? 저희 아버지는 아주 엄하셔서 자식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분이셨는데 신부님은 저희 아버지와 정반대이신데도 영 마음이 가질 않습니다.

 
A. 대개 아버지가 엄한 집안에서 자란 분들은 아버지에게 하고픈 여러 가지 감정표현을 억압하고 사는 편입니다. 즉, 할 말을 못 하고 가슴에 묻어두고 사는 것인데 이것은 아버지에게 대들었다가 불이익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묘한 것이 그렇게 아버지를 싫어하면서도 막상 남자들을 만나면 적어도 아버지처럼 무겁고 엄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자기 아버지보다 약한 남자들을 보면 왠지 무시하고픈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던 것들, 가슴 속에 묻어뒀던 것들을 슬슬 드러내는 표현을 합니다. 심지어는 대들기도 하는데 이것은 사실은 내 안의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이런 일들은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상담자가 심약한 내담자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기 위해 내담자가 하는 말도 안 되는 떼거지와 행패를 받아주기도 합니다. 내면의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 위축된 마음을 치유하려는 의도에서입니다.
 
 그 신부님께서 이런 심리적 이유로 신자들 비난을 감수하고 계신다면 상당한 치유 효과가 발생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분이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만약 `착한 사제 콤플렉스`(사제는 무조건 착한 삶을 살아야만 한다는 너무 강한 신념을 지닌 심리적 상태) 때문이라면 신자들 비난에 견디지 못해서 결국에는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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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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