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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36) 행복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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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행복이 무엇인가요?

 그동안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요즘 삶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고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짜증이 납니다. 남편은 아주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인데 이제는 그런 남편이 답답해 보입니다.
 
 아이들도 아빠를 닮아 성실하고 고지식한데 그런 모습이 때로는 갑갑합니다. 생활은 나아지는 게 없고 하루하루 시간 죽이기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참 싫습니다.
 
 옆집 식구들은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아 그 집을 볼 때마다 제가 더 힘이 듭니다. 어떡하면 우리 집도 옆집처럼 살 수 있을까요?

 
 
A. 그동안 삶에 많이 지치셨나 봅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의 욕구는 만족이란 것이 없기 때문이고, 또 그냥 만족하고 안주하게 되면 발전이 없는 것이 삶입니다. 자매님께서 가진 지루함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촉진제 역할을 하는 감정이기에 자매님 마음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자매님께서 지금 갈구하시는 행복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면 자매님이 가진 행복에 대한 생각이 자매님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첫째는 물질과 행복의 관련성에 대한 것입니다. 돈에 쪼들리거나 여유가 없을 때는 돈을 많이 벌면 지금보다 행복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누구나 갖습니다. 사람이 가진 행복감은 소비욕구 충족을 통해서도 생깁니다. 돈의 여유가 생기면 마음도 행복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따라서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주 건강한 행위입니다.
 
 그러나 물질적인 것만이 전부라는 생각은 아주 위험합니다. 물질적 행복감은 충족 기간이 길지 않고 뒤끝이 고약합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대상들은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타났을 때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겨우 조그만 자동차 한 대를 샀는데 옆집에서 더 좋은 차를 사면 갑자기 내 차가 내 인생을 대변하는 듯 보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아주 긴 불행감에 시달리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일련의 현상에 대해 `그런 불행감을 갖지 않으려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혹은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한다`는 등의 충고를 하기도 하는데, 그런 말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추상적인 말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행복하게 만드는 대상을 돈에 고정시키지 말고,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찾아야 합니다.
 
 심리학자들이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행복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하는 조사를 했는데, 이구동성으로 답한 것은 첫째는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삶" 즉, 다른 이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삶이라고 합니다.
 
 둘째는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친구가 많은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답했답니다. 다시 말해 돈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삶의 내용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것입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아주 돈이 많은 재력가가 계십니다. 그런데 이분 주위에는 친구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 줄 모르고 늘 주위 사람에게 상처를 줘 모두 떠나고 만 것입니다. 그러니 그 큰 집에서 혼자 놀아야 하는 외로운 인생, 불행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분은 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서 돈에 대한 한이 많은 탓에 돈을 벌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 그것 이외에는 인생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해 노년기를 외롭고 불행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은데도 늘 그 집에 사람들이 놀러 와 한참을 쉬었다가는 그런 가정도 적지 않습니다. 점심으로 국수 한 그릇을 먹을 뿐인데도 집주인 마음이 넉넉하고 사람들 말을 잘 들어주는지라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대조적인 가정들을 보며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 새삼 되새기게 됩니다.
 
 두 번째는 노력을 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뤄질 수 없는 일이나 되지 않는 일에 매달릴 때 불행감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방 강의 때 저는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매님들이 대부분이라 "여기 계신 분 중에 현재 배우자에 만족하고 사는 분은 손 들어보세요"라고 했더니 몇 명밖에 안 들더군요. 그래서 "그럼 지금 배우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싶으신 분?"했더니 까르르 웃으며 많은 분이 손을 들더군요.
 
 "그럼 지금 배우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능력이 있는 분?"하니까 아무도 손을 안 들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하고 물으니 "그냥 살아야지요"하십니다. 또 한바탕 웃었습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내 역량으로 안 되는 것은 고운 눈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마음이 불행감으로 가득하지 않고, 적은 양이나마 행복감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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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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