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 어쩌나?] (38) 안목을 키우려면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Q1. 안목을 키우려면

 남편이 사람을 보는 눈이 없어서 큰일입니다. 사람을 잘못 봐서 여러 번 사기를 당할 뻔했는데도 제가 하는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를 않습니다. 남편은 늘 책을 옆에 끼고 살아서 걸어 다니는 책방이라고 할 정도인데 왜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을까요?

 

A. 남편은 공부에 대한 열정이 많은 분인 것 같습니다.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늘 책을 보기만 한다고 해서 지혜가 늘고 사람 보는 안목이 느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왜냐면 사람의 뇌도 위장과 마찬가지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과 소화능력이 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배가 부른 데도 지금 아니면 먹을 일이 없다고 생각해 꾸역꾸역 음식을 입 안으로 밀어 넣으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요? 몸의 움직임은 둔해지고 소화도 안 되며 속이 불편하기 이를 데 없을 것입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들어오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으면 우리 뇌는 마치 과부하가 걸린 컴퓨터처럼 회전속도가 느려지면서 뇌가 잘 돌아가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정보수집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판단력이 저하돼 중요한 결정을 망치거나 사람을 잘못 보는 경우가 허다한 것입니다. `책상물림`이란 말은 이런 데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동차 엔진이 과열되면 식혀야 하듯, 뇌도 쉬게 해줘야 합니다. 자극을 차단해야 합니다. 뇌에 더 이상의 자극과 정보가 들어가는 것을 막고, 그동안 들어온 정보들을 소화하고 기존 정보와 통합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이것은 너무 많은 음식을 먹은 사람이 소화할 시간을 갖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독서광인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 일주일씩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갖는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신자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해 왔습니다. 피정이 바로 그것이지요. TV도 신문도 없는 곳에서 침묵 속에서 며칠을 보내는 피정은 바로 우리 자신의 삶을 한 차원 높여주는 시간입니다.
 
 자매님 남편도 어떤 일에 대한 결정을 할 때는 피정을 하도록 권하시길 바랍니다. 기도와 명상을 하는 피정 시간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일 뿐만 아니라 성령께서 나를 이끌어주시는 은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Q2. 바꾸려고 하는데 왜 안 되나요?

 저는 이번에 작은 단체 단체장이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엔 전임자가 무능해서 단체가 활성화가 안 된 듯 보여 나름대로 계획을 만들고 단원의 마음가짐을 바꿔서 보다 활성화하고자 했는데, 웬일인지 단원들이 저를 슬슬 피하고 오히려 전임자와 술자리를 더 많이 갖는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것 때문에 저도 속이 상하고요. 도무지 어디서부터 해결점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A. 형제님 의욕은 바람직한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하셔야 할 것은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같이 일하는 사람들 마음을 먼저 사로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담에서도 상담자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내담자와 라포(협력적이고 친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친밀감이 먼저 형성되지 않고서는 어떤 일도 진척이 되지 않으며, 설령 일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어디엔가 허술한 상태로 진행돼 결실이 그리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줄이고 상대방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들어줘야 합니다. 그것이 왜 중요할까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란 상대방을 내 방식대로 바꾸고 싶다는 욕구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즉, 상대방을 존중하는 게 아니라 내 욕구충족을 위해 상대방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은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습니다.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없어서겠지요.
 
 사람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야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 모습인데, 형제님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만을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들 감정과 생각에는 관심이 없으셨으니 다른 단체원들이 형제님을 리더로 생각지 않고 오히려 전임자를 리더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 단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면 단체나 단원들 그리고 전임자 문제를 볼 것이 아니라 형제님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봐야 할 것입니다.
 
 자신의 문제를 보고 인정하는 리더는 다른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지만, 자기문제를 보지 않는 리더는 늘 짜증과 불만을 품고 사람들을 들볶아서 결국 아무런 결실도 얻지 못하고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하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01-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6. 27

1테살 5장 18절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