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 어쩌나?] (55) 어떻게 해야 하나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Q. 남편 때문에 많이 힘듭니다.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말 그대로 한눈에 반했습니다. 특히 성격이 좋아 보였습니다. 제가 부탁하는 것은 무엇이나 다 들어주려고 했고,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그 사람과 정반대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같은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그 사람과 쉽게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남편 모습은 아주 의외입니다. 그토록 사람이 좋은데도 대화를 나눌 친구 하나 없어 보이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혼자 끙끙 앓곤 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아주 민감합니다. 그러나 정작 본인 인생계획이나 비전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왜 나와 결혼을 했을까, 나는 이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혼란스럽습니다. 남편이 무슨 문제가 있나요? 제가 어떻게 해야 남편이 달라질까요?

 
 
A. 남편의 문제는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것을 영성심리에서 `진짜 나`와 `가짜 나`의 삶이라고 구분합니다. 진짜 나는 무엇이고 가짜 나는 무엇일까요?
 
 옛날에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면 "에라 이놈아, 니 꼴리는 대로 살아라"하고 야단을 치시곤 했습니다. 여기서 `꼴리는 대로 산다`는 것은 자기 생김새대로 사는 것, 자기 욕구를 따라서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실은 이렇게 사는 것이 `진짜 나`가 사는 삶입니다.
 
 왜냐면 사람은 자기 욕구를 인정받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표현하고 요구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부당한 요구를 할 때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때로는 화를 낼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남이 내게 원하는 삶을 마치 내가 원하는 삶인 것인 양 착각하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에 맞춰 살려고 하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못하면 자신의 자아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즉, `거짓 나`가 만들어져 늘 신경증적 증세를 안고 살아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남편이 가진 심리적 부작용은 이런 이유로 생긴 것입니다.
 
 `거짓 나`의 삶을 살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항상 누가 내 옆에 있어야 합니다.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 중에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것이 있는데 가짜 나를 갖고 사는 분들은 혼자 있지도, 혼자서 무엇을 하지도 못합니다. 항상 다른 사람이 곁에 있어줘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혹은 별난 장신구를 하고 다닙니다. 소위 관심을 구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심리적 걸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을 원하면서 진정한 관계를 맺는 것은 서툴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에 의미 있는 관계를 맺지 못합니다. 그래서 상호 간에 소통이 없어 마음이 공허하고 씁쓸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또 균형 있는 삶을 살지 못하고 인생을 길게 보지 못합니다. 대화를 할 때 자기 인생이나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늘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메웁니다.

 다시 말해 머릿속에 자기 인생은 없고 다른 사람 인생만이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맞춰 상대의 관심을 잃지 않으려고 `거짓 나`를 고집하면서 살아가기에 심리적 균형을 잃고 비전이 없습니다.
 
 물론 거짓 나의 삶을 사는 것과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과는 별개입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하기 위해 일시적 역할을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나 전체가 통째로 다른 사람이 원하는 나로 바뀌어 사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이런 자기 개념정리가 안 되신 분이라 그렇게 거짓 자기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거짓 나는 적응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나이고, 진짜 나는 내적 성장을 위한 나입니다. 따라서 남편께서 활기찬 일상을 살기를 원한다면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나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거짓 나에만 매달리면 거짓 나의 힘이 커져서 진짜 나를 압도하게 돼 결과적으로 내적 성장을 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고 실천하셔야 삶의 질이 달라질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05-3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9. 29

마태 6장 24절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