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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58) 돌아보면 후회할 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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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돌아보면 후회할 일만...
 제가 어떤 피정에 다녀왔는데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계속 마음 안에서 `그러는게 아니었는데 괜히 그랬어`하는 소리가 올라옵니다.
 
 그리고 지나간 내 인생을 다 없애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저를 힘들게 합니다. 지금 어렵게 사는 제 처지가 부모님 때문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나이를 먹었음에도 새삼 부모님에 대해 원망을 합니다. 제가 왜 이러는 것일까요?

 



A. 자매님 문제는 후회입니다. 요즘 어떤 개그 프로그램에서 `괜히 그랬어~ 괜히 그랬어`하는 유행어가 나왔는데, 그때 그러지 말아야 했어, 괜히 그랬어 하는 말들은 바로 후회하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미국 코넬대학에서 10년 이상 `후회의 심리학`을 연구해온 토마스 길로비치라는 심리학자가 `무엇을 후회하는가`라는 설문지를 돌렸습니다. 응답자의 무려 75가 세 가지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첫째, 공부를 열심히 안 한 것, 두 번째 중요한 기회를 그냥 놓쳐버린 것, 세 번째 친구나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나머지 25 사람들도 세 가지 일에 대해 후회한다고 했는데, 직업 선택을 잘못한 것,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한 것, 좋지 않은 시기에 아기를 가진 것이었다고 합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후회하는 일의 내용은 비슷한가 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자신이 후회할 짓을 한 것에 대해 자기 탓을 하지 않고 남의 탓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형편없는 실력으로 간신히 대학에 들어간 자식놈이 "왜 고등학생 때 나보고 공부하라고 야단치지 않았어"하고 부모 원망을 할 때나 잘못된 결혼이나 선택을 하고 난 후 "왜 그때 나를 말리지 않았어" 할 때 자신이 만든 후회할 짓을 남에게 돌리는 것이지요.
 
 그럼 우리가 후회할 짓을 하는 것이 정말 남의 탓일까요? 영성심리에서는 후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후회할 짓을 선택하지 않은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은 선택한 것이다. 만약 외적 요인에 의해 우리 행동이 결정된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생명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기계일 것이다.`
 
 그렇다면 후회 막심한 인생과 후회없는 인생은 무엇이 다를까요? `마음 기울기`(mindfulness)가 다르다고 합니다. 마음 기울기란 잡다한 생각이 내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게 해, 내가 내 생각의 주인으로서 현재를 인식하고 현재를 사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왜 어려울까요? 우리는 자신이 늘 현재에 산다고 생각합니다. `나 지금 뭐 하고 있어`하는 말은 바로 내가 현재를 산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현재에 사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몸은 현재에 있는데 마음은 과거와 미래에서 떠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이유는 과거를 완벽하게 정리하고 미래를 잘 계획하면 그만큼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납니다.
 
 현재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현재라는 시간이 과거와 미래로 조각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부작용만 생깁니다. 특히 과거를 되씹으며 후회하는 순간, 현재라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며 이처럼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낭비하면 후회해야 할 과거의 덩어리는 점점 더 커지는 악순환을 겪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 스탠퍼드 대학 로라 카스텐센 교수가 `노화의 역설`을 주장했습니다. 평균적으로 70살 이상 노인들이 젊었을 때만큼 행복하며 살아온 생애에 대해서도 더 많이 만족한다는 이야기인데,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노인들은 자신이 성취할 수 있을만한 현실적 목표를 세우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무리하지 않고 지혜롭게 체념하기 때문에 마음이 현재에 머물러 있어 후회를 덜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노인들이 가진 종교적 심성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속된말로 `내 청춘 돌려줘`하고 푸념하기 마련이지만, 지나간 내 청춘은 되돌릴 수 없고 그 어떤 것도 내 손 안에서 영원한 것이 없다는 것을 체득하면서 집착이 줄고 자연스럽게 종교적 심성을 가져 마음이 현재에 머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이 많을 것이라는 착각합니다. 다른 사람은 다 죽어도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착각. 그런데 이런 착각이 나로 하여금 후회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후회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내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음에 대해 유념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나를 불행하게 하는 감정은 흘려보내 불행함을 최소화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에만 집중해 행복감은 최대화하는 것이 후회를 덜 하면서 살 수 있는 인생공식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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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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