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통 빛나는 아시아 첫 대학
1611년 개교… 1902년 교황청립 대학 지정
필리핀 4대 명문 중 하나… 의대·음대 두각
![]() ▲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있는 산토 토마스대학 본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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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성인 토마스 데 아퀴노 모셔
한 차례 폭우가 퍼붓고 지나간 산토 토마스대학 교정은 고즈넉하다. 곳곳에 있는 나무의자는 비어있고 간간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책을 한아름 안고 떼지어 지나간다. 아열대 지방에 쏟아지는 스콜(squall) 탓에 학생들은 캠퍼스에서 책을 읽지 않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교내 산티시모 로사리오(Santisimo Rosario) 성당. 가톨릭 대학에 걸맞게 성당은 제법 크고 웅장하다. 무거운 책을 잠시 내려놓고 성체조배를 하는 학생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고해소엔 불이 들어와 있다.
![]() ▲ 산토 토마스 대학의 수호 성인인 성 토마스 데 아퀴노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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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에 `토마스인이여, 400년을 자랑스럽게 여겨라`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학생들의 진지하고 자신감에 찬 모습에서 400년의 전통이 묻어난다.
`사랑 안에서 진리를 추구하라`를 교육이념으로 삼아온 대학은 1611년 개교 당시 종합대학이 아니었다. 마닐라대교구 3대 교구장인 미구엘 베나비데즈(Miguel de Benavidez) 대주교와 도밍고 니에바(Domingo de Nieva)ㆍ베르나르도 산타 카타리나(Bernardo de Santa Catalina) 신부는 사제양성을 위해 대학을 설립했다.
대학은 1624년 신학과 철학, 문학에서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고 1645년 교황 이노첸시오 10세에 의해 종합대학으로 승격됐다. 1902년 교황 레오 13세는 필리핀의 유일한 `교황청립 대학`(Pontifical University)으로 지정했다.
필리핀 4대 명문 대학에 속하는 산토 토마스대학이 의과대학과 음악대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일례로 이 대학 의대에 낙방한 뒤 미국 최고 의과대학인 하버드대와 존스홉킨스 의대에 동시 합격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또 이 대학 음대는 입학만 하면 4년 동안 학비가 면제되고 `UST 음대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합창단은 워낙 실력이 뛰어나 매년 여는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항상 매진이다.
16~19세기 문화재급 고문서 소장
400년 역사가 담긴 고문서가 소장된 미구엘 베나비데즈 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도서를 45만 권 소장하고 있는데다 고문서 보관실에는 16~19세기 문화재급 고문서가 세기별로 보관돼 있다. 66년 유다 민족주의자들이 로마에 대항해 일으킨 반란에 가담해 싸운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유대 전쟁사」(1492) 초기 간행본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어느새 비가 그치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쏟아져 나왔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과별로 맞춰 입은 교복이 썩 잘 어울린다. 얼핏 보면 고등학생처럼 느껴진다.
교정에서 만난 양현정(프란치스코전교수녀회, 교회법 전공) 수녀는 "교복을 입지만 면학 분위기는 자유롭다"며 "발표와 공부를 좋아하지 않으면 졸업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토론식 수업이 주를 이뤄 학습량이 만만찮다고 했다.
재학생 3만5000명 중 한국 유학생은 130명이다. 필리핀 대통령 5명과 주교 60명(전체 118명), 필리핀의 독립 영웅 호셀 리잘 등 필리핀 유명인사는 거의 이 대학 출신이다.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 ▲ 400주년을 앞둔 산토 토마스대학 기념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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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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