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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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성지순례] <4> - 에페소에서 사도 바오로의 목소리를 듣다

마리아의 모성, 은총이 뺨 위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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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게해의 작은 항구 쿠사다시. 잔잔히 물결치는 바다와 해안가에 층층이 들어선 집들 위로 석양이 내려 앉는다.

 항구에 닻을 내린 크루즈선 크리스탈호 9층 야외식당은 순례자들의 탄성으로 가득하다. 석양이 빚어내는 황홀한 풍경에 넋을 잃은 순례자들 얼굴에 평온한 미소가 번진다.

 귓가를 스치는 감미로운 해풍(海風), 살랑살랑 물결치는 파도,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듯한 석양…. 순례자들은 한 폭 유화 같은 풍경 앞에서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돌덩이를 하나씩 내려놓는다. 초저녁 갑판에 나와 얻는 이런 감동은 크루즈 성지순례만이 안겨줄 수 있는 색다른 선물이다.

 에게해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그러나 격량이 칠 때는 집어 삼킬듯 무섭다. 사도 바오로는 이 바다에서 3번이나 파선(破船)을 당해 죽을 고비를 넘겼다. 재판을 받으러 로마에 갈 때는 폭풍을 만나 열나흘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파도와 싸우며 이리저리 떠밀려 다녔다. "밤낮 하루를 꼬박 깊은 바다에서 떠다니기도 하였습니다"(2코린 11, 25-26)라며 전도여행의 위험과 고단함을 호소한 적도 있다.


 
▲ 사도 바오로의 선교 발자취가 곳곳에 남아 있는 고대도시 에페소.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135년에 건축된 셀수스 도서관이다.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십시오
   이튿날 항구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이동해 도착한 에페소.

 로마시대에는 깊은 만의 모서리에 항구가 있어 일찍부터 상업과 학문이 번창한 고대도시다. 특히 풍요와 다산의 여신 아르테미스 숭배로 유명했다.

 유적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세계 최고의 야외 박물관`이라 불리는 에페소는 바오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도시다. 바오로는 2차 전도여행 때 코린토교회를 세운 뒤 배를 타고 이곳에 도착한다. 또 53년경 3차 전도여행 때는 소아시아 중부지방 교회들을 방문한 뒤 이곳에 내려와 27개월 가까이 복음을 전한다.

 온갖 고난 속에서 전도여행을 하던 바오로는 이곳에 이르러 "적대자들이 많기는 하지만,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큰 문이 나에게 열려 있습니다"(1코린 16,9)라며 자신감을 보인다.

 바오로는 이곳에서 회당의 유다인들 외에 새로운 적대자들과 마주친다. 바로 아르테미스 신당 모형을 만들어 팔아 돈을 버는 은세공업자들이다. 그들은 바오로 때문에 돈벌이가 막히자 바오로 일행을 원형극장으로 끌고가 소동을 일으킨다(사도 19장 참조).

 2만5000여 명을 수용하는 피온산 기슭 원형극장에 앉아 `그때 그 사건`을 상상해본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은 신이 아니다"며 신념을 굽히지 않는 바오로, 그런 바오로 일행을 둘러싸고 "아르테미스는 위대하시다"고 외치는 군중의 성난 모습이 교차된다. 맘몬사상에 젖어 사는 현대인에게 돈은 `21세기 아르테미스`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원형극장 맞은 편으로는 항구로 연결되는 도로가 길게 뻗어 있다. 지금은 퇴적물 쌓인 내륙이 됐지만 로마시대에는 도로 끝에 큰 항구가 있었다. 바오로는 저 멀리 밀레토스에서 죽음을 예상하고 에페소 원로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눈물로 호소한다. 그의 간곡한 당부가 바닷바람에 실려 원형극장에까지 들려온다.

 "…내가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내가 삼 년 동안 밤낮 쉬지 않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며 늘 깨어 있으십시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친히 이르신 주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하라는 것입니다"(사도 20, 17-38).


 
▲ 해발 400m 불불산 정상에 있는 성모 마리아의 집.
교황 요한 23세는 1961년 이곳을 순례하고 성지로 선포했다.
 

# 감동과 은총이 눈물처럼 흘러내려
 크루즈 성지순례의 감동은 에페소를 뒤로 하고 찾아간 성모 마리아의 집에 이르러 절정으로 치닫는다.

 사도 요한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와서 말년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불불산(山) 정상의 성모 마리아의 집. 사도 요한은 십자가에서 피흘리시는 예수께서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 27)라고 이르셨기에 성모 마리아를 이곳까지 모시고 왔다.

 이 집 터는 독일 태생의 엠메릭크 수녀가 병상에서 계시를 받아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1891년 찾아냈다. 엠메릭크 수녀는 에페소 근처에 와 본 적이 없는데도 성모님 집터와 주변 환경을 생생하게 증언해 발굴팀을 놀라게 했다.


 
▲ "우리의 순례를 축복하시고, 통



가톨릭평화신문  200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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