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에서 병사들에게 초인적 사랑을 베풀었던 미국 출신 에밀 카폰(Emil Kapaun, 1916~1951) 군종신부의 시복시성운동이 재미교포 신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 성정바오로본당(주임 곽호인 신부) 신심봉사단체인 나이트 오브 콜럼버스(Knight of Columbus, 단장 김우성)는 5월 19일부터 한인 신자들을 대상으로 에밀 카폰 신부 시복을 위한 기도운동에 들어갔다.
1940년 사제품을 받은 카폰 신부는 1950년 7월 미 육군 군종사제로 한국에 파견됐다. 그는 소속 부대가 중공군에 포위된 상황에서도 철수 명령을 거부한 채 부상병을 돌보다 붙잡혀 평안북도 벽동수용소에 수감된다.
카폰 신부는 수용소에서 자신의 먹을 것을 다른 포로에게 나눠줬다.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병사들이 화장실을 가는 것을 도우며 옷가지를 빨아주는 등 헌신적으로 보살폈다. 결국, 카폰 신부는 1951년 세균에 감염돼 35살의 젊은 나이로 먼 이국땅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죽은 후에도 포로수용소에는 활기가 넘쳤다고 전해진다. 수용소 사람들은 카폰 신부의 정신을 본받아 서로 도우며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카폰 신부가 있었던 벽동수용소의 생존자는 다른 포로수용소보다 7배나 많았다고 한다.
카폰 신부의 생애는 정진석 추기경이 신학생 시절인 1956년 「종군 신부 카폰」(가톨릭출판사)이라는 제목으로 원서를 번역, 출간하면서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 성정바오로본당 나이트 오브 콜럼버스 김우성 단장이 기도문을 들고 에밀 카폰 신부의 시복시성 운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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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단장은 "카폰 신부에 관한 유인물 5만 장을 만들어 미국 114개 한인성당과 캐나다 한인성당에 배포하며 시복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군인들의 위로자 카폰 신부를 성인반열에 올리는 것은 미주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 한인 가톨릭 신자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폰 신부 출생지인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 교구는 1990년부터 카폰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해 관련 증언과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위치타 교구는 2008년 6월 29일 자로 교황청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한편, 성정바오로본당은 기도운동 중 일어나는 각종 기적사례를 수집해 교황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