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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담당 사제들의 어려움] <4> 주임신부와의 관계

주임 허락 없이는 사소한 결정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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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좌신부들은 자신의 신앙을 노래와 율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 특성을 잘 알기에 찬양미사 등 다양한 사목적 시도를 한다.
보좌신부들은 주임신부의 존중과 격려를 바라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본당 청소년사목을 담당하는 보좌신부는 사실상 주일학교 운영의 총책임자다. 그러나 정작 이들은 "책임에 맞는 권한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보좌신부 15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사목자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27명이 예산권을 비롯한 사목 결정권이 없는 것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보좌신부들은 "주임신부가 보좌신부의 사목방식을 존중하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어려움"이라고 털어놨다. 사목 경험이 많은 주임신부가 보좌신부들의 새로운 시도를 인정하기보다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제품을 받은 한 신부는 "젊은 신부들은 강론 내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빔 프로젝터나 조명 등 다양한 소품을 도입하고 싶어한다"며 "그러나 주임신부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다양한 시도를 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임신부 중에서는 보좌신부가 기획한 주일학교 교리교육 과정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물론 캠프 장소와 프로그램까지 지정하는 이도 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다는 ㅂ신부는 "관심이 지나치다 보니 간섭처럼 느껴져 반발심이 생기곤 한다. 주임신부 말에만 따르다 보면 사목자가 아니라 단순한 인솔자라는 생각이 들어 무기력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의 한 신부는 "일반 직장에서 마흔 살이면 어떤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때다. 그러나 사소한 일도 주임신부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현 상황에서는 책임 의식을 갖고 도전하기가 힘들다"며 "때때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신부는 "갈등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소극적으로 시키는 것만 하게 된다"며 "이런 식이라면 주일학교 발전은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새 신부라고 해도 유아부 때부터 주일학교에 참여해 20년 안팎의 활동 경험을 가진 이가 대부분이다. ㄹ신부는 "학생과 교사 양쪽 입장을 모두 경험하며 쌓은 나름의 노하우가 많다"며 "또 청소년들과 나이 차이도 적어 감각과 정서를 더 잘 이해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주임신부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주임신부는 같은 신학교 선배이다 보니 갈등 상황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도 부담스럽다. ㅁ신부는 "남자들이 모인 조직이다 보니 군대처럼 위계질서가 엄격한 편"이라며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가 이뤄지기 보다는 권위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주임신부와 의견 차이가 있을 때 결국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보좌신부들은 존중을 바탕으로 한 주임신부 격려는 청소년사목의 또다른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ㅈ신부는 "나에게 `믿고 맡기겠다`면서 청소년사목 재량권을 준 주임신부 덕분에 의욕적으로 사목했다"고 말했다. 당시 주임신부는 서품년도가 10년 이상 차이 나는 선배였다.

 그는 "질책보다는 조언과 격려를 받았기 때문에 평소 생각했던 이상적 주일학교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다양하게 해볼 수 있었다"며 "주임신부들이 믿고 맡긴다면 청소년사목은 물론 본당 사목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에 따르면 주임과 보좌신부 관계는 상호 존중과 협력에 기초한 동반자적 관계다. 본당 사목구 주임은 보좌신부들의 책임과 권한을 인정하고, 비록 자신의 생각과 다를지라도 그들 생각을 이해하며 직무 수행을 격려하라고 권고한다.

 아울러 보좌신부는 주임신부의 지시를 따라 성실히 보필하고 구상 중이거나 시행 중인 사목활동도 주임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말한다(「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 제162조 참조).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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