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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친화적 공동체 이야기] <14> 아이들의 엠마오 체험

신앙 체험과 공유로 어른과 아이 모두 하나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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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무악재본당 청소년부 교사와 학생들이 엠마오 성찬식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주 복음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 이야기입니다. 청소년부도 엠마오 성찬식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오세요."

 필자가 미사 마지막에 엠마오 성찬식 준비에 관한 공지를 했다. 나중에 들으니, 교사들은 급작스런 공지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이미 교리 진도가 짜여 있어 바꾸기 힘들뿐더러 엠마오 성찬식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아는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에도 신부가 괜한 욕심을 부려 일이 생겼다고 투덜거렸을 것이다.

 사실 엠마오 성찬식은 어른 소공동체를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다. 예수님 죽음 이후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가 예수님을 만나 대화를 하다 빵을 나누는 순간 그분을 알아봤다는 내용을 재현하는 예식으로, 무악재본당에서는 이 예식을 위해 빵을 특별 제작하기도 했다.

 진행 순서는 간단하다. 시작성가를 부르고, 독서자가 루카복음 24장 13절에서 35절까지 말씀을 읽는다. 이어 성찬식을 한 뒤 다 같이 빵과 포도주를 나눠먹고, 사순시기와 부활을 통해 받은 은총을 나눈다.

 지난 해 이 성찬식에 참여한 신자들은 함께 성경 말씀과 음식을 나누고, 삶을 나눴던 것을 무척 풍요로운 체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신자들은 소공동체 구성원들을 가족처럼 느끼게 됐고, 그저 스쳐지나갈 뻔한 예수님 부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때문에 필자가 `이 좋은 것을 아이들에게도 줘야겠다`고 욕심을 부린 것이다.

 수녀님과 사목 코디네이터 도움 덕분에 청소년부 전례 준비는 수월했다. 교사들이 걱정할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말썽꾸러기들을 어떻게 성스러운 전례로 초대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미 지난주 부활대축일에 부활 달걀을 갖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뺐던 터였다. 주의력 없는 몇몇 아이들이 달걀로 장난을 치다 버려서 교사들이 속상해하고 있었다. 이들은 진행을 맡은 조장 아이에게 따로 연습을 시키며, 부활대축일 때의 소동이 없도록 분위기 조성에 애를 썼다.

 교리시간에는 엠마오 이야기와 관련된 성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복음 내용과 의미를 좀 더 쉽게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또 이 예식을 왜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장난으로 대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예식이 끝난 후 교사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아이들이 성찬식과 나눔에 참여하는 태도가 더없이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한 교사는 "부모님들도 똑같은 전례를 체험했으니 아이들 경험을 더 잘 이해하고 기뻐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집으로 돌아가 그날 성당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고, 부모들은 이를 본인 경험에 비춰 기쁘게 들었다. 필자는 교사들과 나눈 이야기에서 `청소년 친화적 본당`의 핵심을 되새길 수 있었다.

 청소년 친화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예산이나 간식 등 청소년 활동에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모든 세대를 뒤섞어 한 자리에 두는 것일까. 혹자는 영역과 스타일이 다르더라도 무조건 함께 있는 것이 공동체 미덕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사실 사목 안에서 어떠한 세대도 소외돼서는 안 된다. 사목 핵심은 신앙체험이며, 그것은 어른과 어린이 모두에게 행해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이뤄질 수도 있고 각기 떨어진 그룹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자 신앙을 체험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때야 비로소 공동체는 하나가 돼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때 우리 가슴이 얼마나 뜨거웠던가!"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소장, 서울 무악재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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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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