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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다문화가정 자녀 로 산다는 것은

"시껌둥이라 놀리지만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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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동숭동 미리암이주여성센터에 모인 다문화 가정 자녀와 필리핀 이주여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은 "우리는 외국사람이 아니에요"하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민이 2010년 126만 명을 넘어섰다. 2012년 현재 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은 12만 4000여 명이다(통계청 자료).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다문화가정 학생은 4만 695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외국인학교 학생들을 포함하면 5만 명이 넘는다.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은 초등학생 72, 중학생 20.5, 고등학생 7.5 순이다. 초등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중고등부 학생 비율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사회에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 5명을 만나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들어봤다. 이들 어머니인 필리핀 이주여성 2명도 함께했다.

 
 "다문화요? 다른 나라 아이들이랑 한국 아이들이랑 사이좋게 노는 거요."
 "외국 사람과 한국 사람이 만나 결혼해서 사는 거요."
  1월 1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천주교여성공동체 부설 미리암이주여성센터(소장 우정원) 사무실.

 아이들에게 `다문화`의 뜻을 묻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이구동성으로 대답한다.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외국사람이라고 하면 기분 나빠요. 그냥 `유리야`하고 부르면 되는데…."

 3월이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장유리양이 실룩거리며 말했다. 유리양은 필리핀 엄마를 닮아 쌍꺼풀이 짙다.

 유리양 어머니 마리 벨(35)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너 왜 다른 나라에서 왔어?`하고 놀림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결혼 13년차인 벨씨는 봉제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남편은 일용직 노동자이다.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한필이`가 된 김한필(중1)군은 "친구들이 `공부 못하는 한필이`라고 놀린다"며 "다문화 가정 자녀이지만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놀리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한필군은 주저없이 "다문화 가정 자녀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한필군이 가장 따라가기 어려워하는 과목은 국어다. 한필군은 필리핀인 엄마랑 둘이서 산다.

 한필군의 가정환경을 잘 아는 우정원(제노베파) 소장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가정 안에서 엄마와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언어문제"라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한국인 가정에 비해 언어소통이 어려워 언어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는 위축되고 자신감까지 결여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언어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또래 친구들과의 소통에도 벽이 생긴다.

 다문화가정 학부모의 양육태도는 자녀가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국적이 다른 부모 사이에서 자녀는 외모로 인한 정체성 혼란뿐 아니라 사회적 편견으로 심리적 고통도 쉽게 느낄 수 있다.

 우 소장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더 이상 남의 자녀들이 아니다"면서 "10년 후면 이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할 텐데, 반사회적이고 성격장애가 있는 어른으로 성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또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늘어나는 만큼 학교에서 인식개선 교육을 제도화하는 등 아이들 사이에서도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편안한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함께한 두 이주여성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너희 엄마 고릴라야`라고 놀리면,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우리 아이들이 한국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우 소장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다문화 친구들이랑 한국인 친구가 있으면 누구랑 더 친해지고 싶어?"

 의젓하게 앉아있던 창윤(초6)군이 대답했다. "한국인 친구요."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서는데 웃으면서 말없이 과자만 먹던 이연희(초3)양이 다가와 귀엣말로 말했다.
 "아프리카 시껌둥이라고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지혜 기자
bonais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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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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