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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주는 사랑에 흠뻑 빠졌어요

■ 주일학교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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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이상 근속한 주일학교 교사들은 "교사직은 하느님이 주신 소명"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대교구 중고등부 교리교사의 날 행사에서 율동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있는 교사들.
 
 
   본당 주일학교마다 교리교사가 부족해 아우성이다. 교사로 활동하던 이들도 학업과 군입대, 취업 등으로 오래 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랜 기간 변함없이 주일학교를 지키는 교리교사들이 있다. 주일학교에 몸 담은지 10년을 훌쩍 넘긴 서울대교구 근속교사들에게 물었다. "주일학교 교리교사는 무엇으로 삽니까?"


 ▶최수련(아녜스, 53, 서대문본당) 20년 근속
 교리교사를 시작할 때는 약간의 사심이 있었습니다. 당시 교생실습을 앞두고 겁이 난 상태였는데, 성당에서 먼저 아이들을 만나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이 먼저 저를 사랑해주더라고요. 그 사랑에 아직 주일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년 교사생활 동안 힘든 일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본당 자모회와 갈등을 겪기도 했고, 동료 교사들과 감정이 상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견디기 어려웠지만, 지나고 보니 하느님이 안배해주신 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지가 교사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

 요즘 대학생 교리교사들은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와 달리 매우 바쁩니다. 주말을 성당에서 보내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는 일이 많고요. 그런데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일학교에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고맙고 기특합니다.

 ▶이성은(마르티나, 45, 연신내본당) 10년 근속
 주일학교 교사는 하느님께서 큰 은혜를 받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10년 동안 얻은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교리 상식과 깊은 신앙심, 신부님과의 돈독한 사이 등…. 당시 동료 교사였던 이가 지금의 남편이 되었으니 사랑도 얻은 셈이죠.

 교리교사는 하느님께서 주신 소명입니다. 지금 교사가 되기를 망설이고 있는 청년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교리교사를 하기 때문에 다른 것을 포기한다`가 아니라 `교리교사를 하는 덕분에 얻는 게 훨씬 많다`고요. 교리교사가 돼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것은 20대에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거든요.

 ▶오현정(스텔라, 43, 성산2동본당) 10년 근속
 제게 교리교사는 신앙생활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말 즐겁기 때문에 봉사라고 말하기에 부끄럽습니다. 신앙적으로 성숙하다고 말할 만한 수준도 아니고요.

 부족함을 느낄 때도 많았지만, 교사들을 위한 교구 교육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교리 지식은 물론이고 신앙적인 측면에서도요. 유치원 교사로 일한 적이 있는데, 주일학교 경험이 직업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결혼 후에도 자모교사로서 세 자녀를 비롯해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보통 부모와 자녀가 따로 미사를 봉헌하지만, 교사인 덕분에 미사는 물론 주일을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좋습니다.
 
 ▶정희주(체칠리아, 39, 잠실본당) 10년 근속
 대학생 교리교사들은 취업 준비하랴 공부하랴 시간 내기가 쉽지 않죠? 자모교사도 똑같은 고충이 있답니다. 주일은 성당에서 보내느라 가족에게 신경을 못 쓴다거나, 주일학교 행사와 시댁 행사가 겹치거나 하는 일 말이죠.

 게다가 올해 제가 교감을 맡게 돼, 참석해야 할 자리가 늘면서 가족에게 양해를 구할 일도 많아졌습니다. 난감해하는 제게 본당 원장 수녀님은 "평소에 집안 식구들에게 더 잘하면 된다"는 답을 주셨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10년이나 교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처음 교사가 됐을 때는 선배들을 따라서 하는 것이 재밌었다면, 연차가 쌓이면서 맡는 일이 늘어나는 만큼 재미도 늘어났습니다. 결혼 전, 미신자였던 남편이 주말마다 저를 성당에 뺏긴다며 삐칠 때도, 제가 원하는 길이라며 설득시킬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교사로 활동하는 것이 좋아 보였던지, 동생 두 명도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답니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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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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