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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가 극히 위태롭다. 연일 무력 도발 위협의 공세를 늦추지 않던 북한은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적 장소이자 최후 보루로 여겨져 온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칼날을 빼들었다. 8일 잠정적 조업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공단의 북측 인력을 모두 철수시킨 것이다. 남한 정부의 인내력을 시험하려는 전술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작금의 상황은 한반도에서 불안과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음이 분명한다.
이런 때 우리는 평화와 인간 존엄에 관한 복자 교황 요한 23세의 회칙 「지상의 평화」 반포 50주년을 맞고 있다. 냉전 시대인 1962년 10월 동서 두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이 극한 대치로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이르렀을 때 요한 23세 교황의 중재 노력으로 마침내 사태가 무사히 해결될 수 있었다. 평화가 절실함을 깨달은 교황이 이듬해 4월 발표한 마지막 회칙이 바로 「지상의 평화」다.
회칙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평화를 이루려면 자신의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권리도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 공동체, 곧 국가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에서 조성되고 있는 긴장과 위기 상황도 따지고 보면 이 가장 기본적 원칙을 무시하거나 소홀히 한 데서 비롯한다고 하겠다. 대화와 협상, 평화를 위한 중재 노력이 요청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마침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의 중재자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회칙 「지상의 평화」의 정신으로 한반도의 불안과 위기를 해소하고 참다운 평화를 이룩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