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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의대와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한 8개 부속병원으로 구성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명실상부 국내 최대 의료기관이다. 의료원의 윤리헌장은 의료원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윤리헌장은 의료원이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필요한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그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의료 공동체로, 사명의 핵심은 임신에서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신비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실현하는 데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원이 지금까지 그 같은 사명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다른 병원들과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의료원이 마련한 `임상의료윤리 매뉴얼`이 주목을 받는 것은 매뉴얼이 의료원과 일반 병원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매뉴얼이 제작되기 이전에도 의료원 이념과 윤리헌장이 있었지만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구체적 현장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생명과 관련한 의료윤리적 문제가 얼마나 복잡다단한지 모른다. 이념과 윤리헌장이 생명 현안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세세하게 제공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교회 의료윤리에 기초한 매뉴얼은 의료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갖가지 윤리 문제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매뉴얼만 따른다면 의료현장에서 별다른 갈등 없이 최선의 선택, 즉 생명을 존중하는 교회 가르침을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중요한 생명 이슈로서 `임종기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논의가 분분하다. 또 낙태를 조장하기 쉬운 조기 태아 성감별 기술이 개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두 현안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으면 자칫 일반 언론이 보도하는 시대적 흐름을 맹목적으로 따를 우려가 크다. 일반 신자도 물론이지만 특히 가톨릭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이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교회 의료윤리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매뉴얼은 이러한 생명 현안에 관한 교회 의료기관의 대처 방법을 정확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려줌으로써 의료원이 명실공히 생명 존중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나라에는 의료원에 속하지 않은 가톨릭계 병원과 함께 신자가 운영하는 일반 병원도 많다. 여타 병원에서 일하는 신자 의료인도 무척 많을 것이다. 매뉴얼이 이들 모두에게 전해져 생명을 사랑하는 교회 정신이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