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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은 정전 60주년이 되는 해에 맞이하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이다.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온 지 60년이 됐지만 남북은 여전히 대립과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처럼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다. 한두 해가 아니라 60년 세월을 이렇게 살아왔다.
늘 대치 국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7ㆍ4 공동성명, 남북 이산가족 만남, 민간 및 종교 단체들의 대북 지원 및 교류, 남북 정상회담과 6ㆍ15 공동선언 및 그에 따른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 등은 남북간 대화와 협력의 청신호들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보름 전만 해도 대화의 급물살을 타고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되나 싶었으나 파견되는 대표의 `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회담은 무산되고 말았다.
우리는 현재 남북 관계의 냉각은 근본적으로 불신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불신은 상대방이 나에게 해코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불신을 극복하지 않는 한 대화는 쉽지 않을 것이고, 대화를 한다 하더라도 진정한 화해와 협력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불신을 극복하려면,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제시한 것처럼, "신뢰를 위해 북의 행동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고 신뢰의 끈을 제공해야" 한다. 북한 역시 대한민국 체제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위협하는 자세를 버리고 대화로 현안들을 풀어나갈 수 있는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와 함께 특별히 우리 신앙인들에게 요청되는 것은 기도다. 때가 되면 하는 의례적 기도가 아니라 민족이 하나 되지 못한 채 서로 반목하고 불신했던 지난날을 깊이 참회하고 참다운 화해와 일치의 도구가 되기를 바라며 그에 필요한 은총을 간절히 구하는 끊임없는 기도가 요청된다. 독일 통일의 횃불이 된 라이프치히 성 니콜라스 교회의 월요 기도회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시사가 된다.
때맞춰 25일에는 파주에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봉헌된다. 이 성당을 비롯해 전국의 모든 성당에서 남북이 하나가 될 그 날까지 끊임없이 기도가 울려퍼져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횃불로 타오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