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티칸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오웅진 신부가 자신이 선물한 도자기를 들고 교황과 꽃동네 인사인 하트 모양을 그리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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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네와 예수의 꽃동네 형제ㆍ자매회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가 2일 오후(한국 시각 3일 새벽)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알현했다.
통상 알현과 달리 예외적으로 이뤄진 이번 알현은 교황이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 재임 시절 꽃동네를 현지에 진출하도록 약속을 했지만 교황직에 오르는 바람에 그 약속을 못 지키게 되자 오 신부를 초청함으로써 특별히 이뤄지게 된 것. 알현 장소 또한 통상적 알현과는 달리 교황 숙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Domus Sanctae Marthae)`에서 이뤄져 아무런 격식 없이 원탁에 마주앉아 담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예수의 꽃동네형제회 원장 신상현(야고보) 수사와 예수의 꽃동네자매회 원장 박정남(타대오) 수녀, 예수의 꽃동네 유지재단 상임이사 윤숙자(시몬) 수녀, 통역을 맡은 박형지(야고보) 수녀 등이 배석했다.
교황은 오 신부 일행과의 알현에서 "사제 없이 세례성사를 통해 평신도들이 열정으로 교회를 이룬 나라이기에 한국을 특별히 사랑한다"고 말문을 뗀 뒤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꽃동네에도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이어 "꽃동네가 가난한 이웃을 돌보며 하느님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서는 땅바닥에까지 자신을 낮추는 겸손과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나아가는 용기를 갖고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일을 하라"고 당부했다.
오 신부는 이에 "초등학교 시절 6ㆍ25전쟁을 겪으며 죽어가는 피란민 부녀의 비참함을 목격하고 이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겠다는 결심을 실천해 오늘의 꽃동네를 이뤘다"고 설명하고 "`하느님의 종`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이 성사되면 한국에 오셔서 새 복자들을 위한 시복식을 거행해 주시고 꽃동네도 방문해 주실 것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신부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글귀가 담긴 도자기와 13년 전 경추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돼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로 꽃동네에 사는 이주련(아기 예수의 데레사, 42)씨가 그린 교황 초상화를 교황에게 선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알현을 마무리하며 예수의 꽃동네 형제ㆍ자매회 회헌을 축복하고 오 신부 일행에 교황 축복을 한 뒤 40여 분에 걸친 특별알현을 마쳤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