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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마지막 주일인 27일, 수원교구 이천 단내 성가정성지에서 열린 제2회 가정 성화를 위한 성체거동 도보순례에 함께했다.
순례는 어농성지 순교자 묘역 앞에서 시작됐다. 성체를 모신 가마가 선두에서 대열을 이끌면서 순례자들은 긴 순례행렬을 이뤘고, 12개의 십자가가 중간중간에 함께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행렬 도중 모두 13차례 성체강복을 받았다. 성체강복을 받을 때 모든 순례자가 함께 무릎을 꿇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성체거동 행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처음 접해보는 행사여서 아무래도 낯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릎을 꿇었다가 일어설 때마다 반복해서 들려오는 떼제성가 `찬미하여라` 노랫소리를 들으며 나 자신도 모르게 깊은 묵상을 하게 됐다. 단내성지에 도착할 즈음에는 자주 눈을 감고 걷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단순하게 바람이나 쐬자며 본당 구역행사에 따라나선 내게 주님은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 오늘 이 거친 들길에서 무릎을 꿇어가며 기도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파란 가을 하늘 아래서 마음을 열고 주님께 다가가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하고 생각했다. 주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얼마나 더 작아져야 하는지, 또 얼마나 더 겸손해져야 하는지 거듭 묵상에 잠겼다.
다른 본당에서는 아이들도 많이 왔다. 우는 아이에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 걸핏하면 떠드는 아이들, 긴 순례 길에 지쳐 엄마 등에 업혀 자는 아이…. 같이 걷는 젊은 부모들과 함께 보게 된 아이들은 또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걷다가 무릎을 꿇고 또 다시 걷다가 무릎을 꿇다가 곁을 보니 아기 천사가 나와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이날 걸었던 순례 길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걸어다니며 활동하셨던 그 길이었다. 13이라는 숫자는 예수님이 돌아가신 날, 열두 제자, 도보순례가 끝나고 오후 3시에 미사를 드리는 것도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시간과 일치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지난해 1회 때는 600명, 올해는 150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해마다 10월 마지막 주일에 행사는 계속 열릴 것이라고 하니 내년에는 더 많은 신자들이 참석해 축복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