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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진단] 교회가 해야 할 일: 행동

김혜경 세레나(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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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겨울, 전남 고흥의 한 조손가정에서 생활고에 전기료를 내지 못하자 한전은 전기를 끊었고, 추위에 촛불을 켜고 자다가 화재로 모두 목숨을 잃은 사고가 있었다. 마침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때라, 이 사건이 내게는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됐다. 그러나 이후, 뮤지컬 영화로 우리에게 다가온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처럼 우리의 절망은 계속됐다.

 소설 「레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가 1845년 정치에 뜻을 세우던 때부터 쓰기 시작해 1861년에 탈고한 것으로, 1848년에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폴레옹 3세의 집권에 반대해 반정부인사가 되어 1851년 벨기에로 망명하기까지 자신의 정치인생은 물론 당시 프랑스 사회를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레미제라블`의 민중혁명은 이후 벨기에의 독립과 빈 체제하의 국제자유주의 운동으로 확대돼 서구사회의 민주화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160여 년이 지난, 2013년 6월, 프랑스의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 "정치에 무관심하면서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나왔다. 이탈리아의 매체에서까지 현 올랑드 좌파정권과 연계해 이 시험문항에 대한 논평이 나올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레미제라블」을 통해 빅토르 위고가 하려고 했던 말과 2013년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철학시험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바로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도덕적인 정당성만으로는 시민의식이 완성될 수 없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닌가! 행동(실천)은 시민의식에서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에서도 핵심 요소다. 골방에 앉아서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침묵은 때로 동의를 의미한다.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것은 불의에 동조한다는 뜻이다. 경제적 혹은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보려는 노력 없이 `기도해 줄게`라고 말하는 것처럼 도피성 발언은 없다. 마하트마 간디도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발견하는가? 우리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은 명상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다"라고 했다. 우리가 지성을 강화하고 신앙의 깊이는 더하려는 것은 결국 올바른 행동을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천주교회는 올해 들어 유독 정치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정원 사태부터 4대강 사업과 원전비리, 밀양송전탑 건설 반대, 그리고 이번 주교회의 추계정기총회 끝에 나온 「핵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소책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에 깊은 관심과 우려를 표명해 오고 있다. 여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교분리를 이야기하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특히 약자들의 대변인이었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공직자들의 비리에 대해 지적하고 반대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민주시민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직무를 유기하는 일이고, 그렇게 하는 사람을 향해 `정치 개입`이라며 마녀 사냥을 하는 그들이야말로 정말로 나쁜 정치인들이다.

 정치권은 지금도 계속해서 우리 사회를 혼돈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검ㆍ경찰 인사 교체를 보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조치라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종북` 주장에는 바른 소리를 내는 지식인들을 `종북`으로 내몰아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어 무력화시키는 까닭은 또 무엇인가.

 이럴 때, 우리는 신앙인으로서, 더 이상 약자가 고통받지 않는 사회를 진정으로 바라는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가진 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 믿음은 죽은 것`(야고 2,17)임을 속히 깨달아 결정적인 `행동의 기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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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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