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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산업적 위기가 불러온 저널리즘 위기

김지영 이냐시오(EBS 이사ㆍ전 경향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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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언론이 독재 정치권력의 올가미에서 신음하던 시기는 오래되지 않은 과거이다. 현 세대가 겪었던 일이다.

 필자가 언론사에 입사한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피살 직후 비상계엄령 속에서 모든 매체가 군부의 사전검열을 받았다. 군부의 5공화국이 출범한 1981년 초, 계엄령은 해제됐다. 그러나 군사정부는 아예 문화공보부에 홍보조정실을 설치하고 언론매체를 더 깊이, 더 정교하게 통제하고 조정했다. 홍보조정실에서는 매일같이 각 언론사에 보도지침을 내려보냈다.

 이런 체제는 1987년의 민주화를 거쳐 대통령 직선 이후에야 막을 내렸다. 모두가 환호했다. 한국 언론계는 새로운 변혁기를 맞았다. 신문을 예로 들자면, 정부 간섭이 공식적으로는 사라지고 신문등록 요건이 완화돼 많은 신문들이 창간했다. 저마다 지면을 대폭 늘리면서 가로짜기, 한글화, 컬러화, CTS화(컴퓨터제작시스템화)에 많은 석간신문의 조간화까지….

 하지만, 곧 언론인과 언론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돌았다. "마냥 언론자유를 구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단지 정치권력의 굴레에서 경제권력의 굴레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여우 굴에서 나와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말이 맞았다. 언론자유는 넘치고도 넘치지만 생존이, 살아남기가 너무 어렵게 됐다. 80년대의 전망보다 훨씬 엄혹한 현실이다.

 새로운 매체가 속속 등장하면서 신문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건 세계적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신문사들은 유난히 광고수입이 절대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새로운 매체로 이탈하는 광고를 막을 수야 없지만 그렇다고 방치하다가는 수익구조가 붕괴한다. 그래서 광고를 붙잡기 위해 나온 고육책의 하나가 이른바 `홍보성 기사`의 양산이다.

 홍보성 기사란, 특정 업체나 상품ㆍ기관ㆍ단체 등에 대해 장점만으로 채운 기사이다. 광고나 다름없다. 규정상 광고 지면에는 `광고`라는 표시를 해야 하지만 광고가 아닌 일반기사처럼 기자가 취재해서 쓴다. 물론 기자 이름도 따라 붙는다. 애초에는 개별 기사 형태를 띠더니 광고수익 악화와 함께 점차 1~2개 지면 전체로 확대했다. 요즘은 4~12면의 별지섹션 전체를 홍보성 기사로만 채우기도 한다. 주제나 소재도 다양하다. 재테크ㆍ여행ㆍ건강 등에서 화장품ㆍ아웃도어ㆍ아파트ㆍ 대학ㆍ자치단체 등등…. 최근에는 급기야 일부 신문들이 단 하나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별지섹션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홍보성 기사가 번지기 시작할 무렵, 그러니까 10여 년 전만 해도 홍보성 기사를 쓰라는 주문이 떨어지면, 기자들은 쓰지 못하겠다고 버티다 결국 기사를 쓰면서도 `이름만은 빼달라`고 데스크에 부탁하곤 했다. 정말 세상이 급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자가 홍보기사를 쓰는 것이 업무의 일부처럼 돼버린 것이다.

 저널리즘, 즉 신문윤리규정을 전면적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홍보성 기사는 저널리즘의 대전제인 정확성ㆍ객관성ㆍ공정성을 철저히 외면하고 신문윤리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ㆍ책임ㆍ독립ㆍ품위를 위반한다. 또 매체를 공동선에 사용하라는 천주교의 가르침과도 달리 일부의 이익에 사용한다. 하지만 이렇듯 매일같이 저널리즘의 위기를 촉발하는 신문들을 강제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지속적으로 한국의 저널리즘과 문명 수준이 추락해도 사실상 모두가 지켜볼 뿐이다.

 과거 군부정권은 일방적으로 언론자유를 탄압했다. 하지만 지금은 언론이 광고주 앞에서 스스로 살기 위해 자유를 자해하거나 유보하고 있다. 광고단가가 큰 10대 그룹의 매체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런 만큼 몇 해 전 일부 신문을 상대로 한 삼성의 광고 중단 사태는 해당 신문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저널리즘의 위기가 과거보다 더 크지만 저널리즘의 위기를 불러온 산업적 위기는 그 전망이 어렵기만 하다. (물론 한국 저널리즘의 위기는 이념 대리전의 탓도 크다.)

 말이 좋아 `적자생존`이지, 신문사 몇 곳이 문을 닫는다고 나아질 상황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신문산업을 지원하는 유럽의 사례를 참고삼아 우리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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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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