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저는 주님의 자녀로 자격증을 받은 지 10년이 지나가고 사계절의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을 바라보며 축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조그마한 시골에 사는 주부입니다.
11년 전 우연히 `바보처럼 살아야 한다`는 뜻깊은 말씀을 읽고 나서 그렇게 살았다고 자신했던 제가 작아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먼저 다가가요`란 용기있는 말씀에 주춤거리면서 잠깐 모든 생각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처음으로 나를 놓아두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기둥인 남편이 첫 번째로 주님 곁으로 다가서는 용기를 몸소 보여줬습니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남편을 지켜봤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내가 주님의 자녀로서 0.001라도 올바른 변화를 보일 때 입교하는 게 어때요?`라고 하기에 저는 놀랍기도 하고 `설마`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남편이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으로 당당하게 주님의 자녀로 열심히 즐겁게 봉사하고 기도하는 모습과 레지오에 입단해 묵주기도를 하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호기심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점차 시간은 지났고 둘째와 셋째가 유아세례와 첫영성체까지 받게 됐고 드디어 제 마음이 두 가지 이유로 정해지면서 입교하게 됐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안드레아씨가 행복하게 봉사하고 기도하는 모습과 변화에 대한 믿음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친정을 방문하게 됐는데, 무척이나 엄한 아버지께서 화를 내시며 "김 서방은 성당 나가는데 너는 뭐하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좋은 곳엔 가족이 함께 나가거라."
친정 식구들은 모두 불교에 열심한 분들이기에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순간, 이게 무슨 힘일까? 누군가 마술을 부리는 것일까? 그때만 해도 알쏭달쏭했습니다. 한편으로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두 번째 확신이 든 순간은 남편이 마당을 빙빙 돌면서 묵주기도를 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인지 그 작은 묵주가 유독 환하게 보였습니다. 그렇게 입교하게 됐고 교리를 받는 내내 행복했고 새로 태어난다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이런 기분은 참 오랜 만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세례를 받고 바로 레지오에 입단해 봉사와 기도로 생활하며 지냈습니다. 처음의 그때를 기억하며, 먼저 용기있게 다가가는 사람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음에 남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둘째를 복사로 만들기 위해 한 달간 아침저녁으로 다섯 명이 회개와 용서를 위해 감사의 묵주기도를 바치던 그때가 참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신부님께서 숙제를 내주시지 않으셨다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막내는 온몸을 비틀고 짜증도 내고 눕기도 하면서 끝까지 옆에서 함께해 줬고 그 순간들이 모여 너무나 소중한 보물이 된 것임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가정 안에서, 형제자매 안에서, 사회에서도 모든 게 제 탓인 것 같았던 모든 것들을 회개하고 신앙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조그마한 60알의 5단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 커다란 힘이 됐음을….
용기 내어 먼저 손을 내밀어 용서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보물을 쌓을 수 있는 은총의 보험인 것 같습니다. 내가 먼저 다가설 수 있었던 것과 용서하며 지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둥글게 헤쳐나가라는 묵주알의 힘이었습니다. 나 혼자가 아니라 서로 부딪히고 깎이고 쓰다듬어주면서 어울려 살아갈 때 느낄 수 있는 행복과,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보이고 있는 기도의 믿음이 참 신앙인으로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됐습니다. 환난이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가 수양으로, 수양이 희망으로 이끌어주심을 지금 이 순간에도 믿습니다. 모든 이들의 손에서 묵주알이 둥글게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묵주기도와 함께한다면 힘든 인생길에서 참 진리와 참 바보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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