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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

이창훈 알폰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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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벗에게서 이런 문자를 받았다. "Ende Gut, Alles Gut!"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독일어 속담이다. 그러고 보니 2013년 한 해도 어느새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더욱이 주간 신문인 평화신문을 만들다 보면 보통 열흘에서 보름 정도의 시간을 앞서 가게 된다. 독자들이 이번 호 신문(12월 22일자, 예수성탄대축일 특집호)을 받아볼 때쯤이면 평화신문 기자들은 2014년 1월 1일자 신년호 제작을 위해 부지런히 손과 발과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번 호 평화신문은 사실상 성탄 특집호이자 또한 송년 특집호이기도 한 셈이다.

 이렇게 바쁘게 한 해를 마감하고 있는 시기에 벗에게서 온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문자는 잠시 숨을 돌리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는 말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일을 계획하고 시작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온갖 악재가 겹치고 아무리 노력해도 난관과 장애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암울함 속에서 헤매다가 뜻밖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서 일이 풀리기 시작한다. 연말이 되면서 끝이 좋아진다. 그동안의 고생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이른바 고진감래 형이다.

 반대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일을 계획하고 시작한다. 내가 세우고 계획한 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반드시 목적을 달성하리라. 장애가 되는 것들은 사정없이 제거하고 목표를 위해 전진한다. 그래서 한 해의 끝에 다다르니 계획한 목표가 눈에 들어온다. 끝이 좋다. 그러니 모든 것이 좋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목표쟁취 형이다.

 하지만 내게는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가 그와 같은 식으로 와 닿지 않았다. 오히려 문자를 보는 순간 `끝마무리를 잘하라`는 격려와 충고로 와 닿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새해를 시작할 때는 나름 계획도 세우고 꿈도 갖지만 한 해가 저물 때쯤 되면 꿈도 계획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또 이렇게 한 해를 보내는구나` 하는 회한과 자책으로 가슴을 칠 때가 많았다. 그래서 벗이 보내준 문자가 내게는 `좋게 되려면 끝마무리를 잘하라`는 뜻으로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끝마무리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동안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자는 것이었다. 마치 퀴블러-로스 여사의 `죽음을 맞이하는 5단계`의 마지막 단계 `수용`처럼, 지난 한 해 동안 살아온 내 모습을, 특히 여러 가지로 부족한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편이 조금 잘한 것을 미화시키거나 못한 것을 자책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았다.

 둘째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주신 데 대해 감사하자는 것이었다. 사실 올 한 해도 나는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도움의 손길이 내가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왔다. 특별히 평화신문을 만들면서 순간순간 그런 도움의 손길을 강하게 느끼곤 했다. 그러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 가지 더 있다. 한 해의 끝은 새로운 한 해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끝이라고 여겼을 때 새로운 시작이 열린다. 희망이 시작된다. 그래서 끝마무리를 잘하라는 말이 내게는 `다시 희망을 가져라`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고맙다. "Ende Gut, Alles Gut!" 하고 문자를 보내준 벗이. 비록 벗이 뜻한 바는 아닐지 모르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감사하고, 다시 희망할 수 있게 해준 그 벗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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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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