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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우리들의 애처로운 예수님(?)

변승우 명서 베드로(평화방송 TV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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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레지오마리애」에 영화평을 연재하던 때였다. 어느 날 독자라고 밝힌 자매님이 물어왔는데, "영화 속 캐릭터 가운데 가장 예수님을 연상하게 하는 인물이 누굴까?" 하는 것이었다. "종교적인 영화는 빼고"라는 단서가 붙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고 차디찬 바다 속으로 사라져간 「타이타닉」의 `디카프리오`, 아들의 순수를 지켜주기 위해 죽음의 수용소를 즐거운 놀이터로 만든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 정의를 외치되 폭력을 거부한 「간디」의 `벤 킹슬리`, 피폐한 지구에 생명의 빛을 되찾아준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여러 주인공들을 황급히 둘러댔고, 다행히 밑천을 드러내진 않았다.
 
 갑오년 새해를 맞은 한겨울, 같은 질문을 받게 된다면 어떤 답을 줄 수 있을까?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저마다의 `안녕하지 못함`을 증언하는 시대, `믿음의 위기`를 자각하며 `신앙의 해`를 지내야 했던 오늘의 우리에게 예수를 생각나게 하는 스크린 속 인물은 누구일까?
 
 언뜻 안쓰러운 캐릭터 한 명이 떠오른다. 「밀양」(이창동 감독)의 `송강호`다. 영화에서 그는 `남자 주인공`이란 역할이 무색할 정도로 상대역인 `전도연`의 호감을 사지 못한다. `김종찬`이란 극중 이름이 있지만, 제대로 불린 적도 몇 번 없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변호인」의 `송강호`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원작자 고(故) 이청준 선생의 표현대로 「밀양」은 "제 울음소리조차 낼 수 없는 피투성이 영혼"의 이야기다. 유괴범에게 참혹하게 아들을 잃고 잠시 신앙에 귀의했지만 끝내 하느님을 저주하며 자살을 시도하는 어느 엄마의 처절한 배교기(背敎記)다.
 
 개봉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영화가 그려내는 세상의 폭력과 영혼의 방황은 오늘날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 메마른 영상 안에 `송강호`가 있다. 그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전도연` 곁을 서성인다. 살해된 아이의 장례식에도, 가슴 치며 통곡하는 개신교회의 부흥회에도, 자살을 기도하다 입원한 정신병원에도 그는 한결같이 `상처 입은 여인`과 함께한다. 언제든 아픔을 나눠 짊어질 준비를 하고서. 하지만, 고통의 당사자는 그에게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다급할 때 잠깐 찾았다가 이내 마음 밖으로 내쳐버린다. `송강호`란 인물이 러닝타임 내내 안타까운 이유다. 그 가엾은 캐릭터 위로 `예수`가 겹쳐 보인다.
 
 "우리가 짊어진 십자가가 크건 작건 주님께서 같이 지시지 않는 십자가는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브라질 세계청년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 혼돈의 시대에 내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고 가는 나의 하느님을 우리는 얼마나 알아채고 있을까? 쉬지 않고 문을 두드리며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을까? 혹시나 우리의 예수는
 
 「밀양」의 `송강호`처럼 무작정 홀대 받으며 우리네 마음의 빗장이 풀릴 때까지 문 밖에서 기약 없는 기도를 드리고 계시지 않을까?
 
 교회의 소명은 결국 `지금 내 곁에 구세주가 계심`을 일깨우는 일이다. 모진 세파에 상심하고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그들과 더불어 슬픔을 나누며 같이 아파하는 `그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이 복음화의 핵심 중 하나라고 믿는다.
 
 애처로운 짝사랑의 영화 「밀양(密陽)」에는 따로 영문 제목이 붙어 있다. `비밀스런 빛(Secret Sunshine)’이다. 우리의 시야가 트일 때까지 잘 보이진 않지만, 어둠 속에서도 `빛`은 눈부시게 우리를 감싸 안는다. 새해에는 그 `빛`이 조금이라도 덜 외롭길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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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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