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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놓고 논란이 드세다. ‘하나님께서 게으른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고 남북을 분단시켰다’니 그 신앙관과 역사 인식에 아연할 따름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한 대형 교회 목사는 “하나님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해 유족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2011년 3월 쓰나미로 2만여 명 이상 사망자를 낸 동일본대지진 때도 개신교단에선 저명한 한 목사는 “우상숭배하는 일본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 했고, 지난 지방선거 때도 ‘사탄, 마귀에 속한 사람이 시장이 되면 안 된다’며 야당 소속 시장 후보를 반대한 바 있다. 개인의 불행과 고통, 국가적 재앙이 하느님의 뜻이라니 이해할 수도 없고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간다.
하느님의 뜻은 다른 말로 ‘하느님의 계획’ 또는 ‘섭리’라 표현할 수 있겠다. 성경에 따르면 하느님의 뜻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십니다”(1티모 2,4)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하느님의 뜻은 모든 이들을 당신 나라로 초대하는 것이지 고통과 불행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죄악과 불의가 모두 하느님의 뜻이라 단정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책임을 부정하는 운명론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뜻이 인간에게 드러날 때 운명처럼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부르심으로, 계명으로, 요청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은 인간의 뜻을 파괴하기는커녕 오히려 완성하면서 인간의 뜻과 만나려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 하느님의 뜻을 우리가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이 한창일 때 “하느님께서 사악한 자들의 손에 역사를 방치한 듯이 보여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하면서 “하느님의 침묵은 일종의 부재가 아니라 믿는 자들을 위한 결정적 개입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말처럼 우리는 하느님을 눈먼 채로 찾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에서처럼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은 우리의 기도를 통해서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분간할 수 있으며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인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리게네스 교부는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름으로써 그분과 한마음이 될 수 있으며 이로써 그분의 뜻을 수행할 수 있고, 이렇게 하여 그분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완전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가르쳤다.
성직자와 사회 지도층은 물론 우리 개개인도 미숙하고 투박한 신앙 표현으로 ‘하느님의 뜻’을 함부로 논해선 안 된다. 하느님의 뜻을 말하기보다 하느님의 뜻이 드러날 수 있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신앙인의 의무요 바람직한 자세이다. 불이 나면 물을 찾듯이 세월호 참사 자체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비통에 빠진 유족들을 위로하고 그 슬픔을 함께 나누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다. 일제 식민 지배와 남분 분단 자체가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 사회 공동선을 수호하고 평화를 증진해 나가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다.
신앙은 인간을 항상 우선 가치에 둬야 한다. 험한 세상에서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이룰 수 있기 위해선 그리스도인다운 말과 자세, 행동이 드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