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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가 22일 사제평의회에서 ‘원로 외국인 선교사제 처우에 관한 규정’을 신설했다. 교구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원로 외국인 선교사제가 귀국하지 않고 한국에 남을 경우 숙소와 생활비 등을 지원함으로써 노후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유례가 없는 서울대교구의 전향적 결단에 환영과 박수를 보낸다.
한국교회가 오늘날과 같이 성장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은인이 바로 외국인 선교사제다. 한국교회 초창기 파리외방전교회가 파견한 성직자들은 순교의 칼날을 마다치 않으며 복음의 씨앗을 뿌렸고, 뒤이어 한국에 들어온 메리놀외방전교회와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선교사들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6ㆍ25 전쟁 직후 굶주리던 신자들에게 이들의 원조는 한줄기 생명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랬던 선교회들이 한국교회가 성장하는 속도만큼이나 힘을 잃어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선교사제들은 대부분 노쇠해졌고, 새로운 선교사가 오지 않아 사목 활동도 점차 줄여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교구가 외국인 선교사제를 돕겠다고 나선 것은 선교사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인간적 배려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울대교구에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여건을 허락해주신 하느님께도 또한 감사할 일이다.
선교회와 한국교회가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을 공유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의 섭리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한 형제라는 이름으로 서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은총이 아닐 수 없다. 나눔은 교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행위다. 서울대교구의 외국인 선교사제를 위한 규정 신설은 그래서 더욱 뜻깊다.
외국인 선교사제가 활동해온 지역은 서울대교구에 국한하지 않는다. 교구마다 제각기 형편과 사정이 다르겠지만, 서울대교구의 이번 조처가 하나의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