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다녀간 지 열흘이 지났지만, 교회 안에는 교황이 방한 기간에 안겨준 감동의 여운이 남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냉담자가 돌아오고, 미신자들이 성당 문을 두드리며,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겸손하고 소박한 삶을 실천하려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프란치스코 효과가 우리 교회 안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일시적 효과가 아니라 교회 쇄신과 발전의 동력으로 이어지려면 단지 교황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교황이 가리키는 바를 정확히 볼 수 있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사목방문의 의미를 ‘기억’ ‘희망’ ‘증언’이라는 세 단어로 압축했다. 지난 20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의 수요 일반알현 강론을 통해서다. 이 땅의 신앙 선조들이 물려준 풍요로운 유산을 기억하고 되살려서 오늘 삶의 현장에서 증언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세대에 기쁨과 희망을 전하라는 뜻이다.
잘 알고 있듯이 신앙 선조들은 선교사 없이 자발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여 신앙의 싹을 틔웠다. 그리고 죽기까지 그 신앙을 증언했다. 선조들이 목숨을 바치면서 신앙을 증언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복음의 기쁨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신앙 선조들은 이론으로가 아니라 공동체의 삶 속에서 이 기쁨을 체험했다. “내게는 천국이 둘이오”라는 백정 출신의 복자 황일광 시몬의 증언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와 신자들이 증언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 지상의 여정에서 천국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 5일의 짧은 방한 기간에 우리에게 그 본보기를 보여줬다. 신앙 선조들의 체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범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되살려 삶으로 증언함으로써 희망을 전하는 일, 그 일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