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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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가을, 결혼의 계절에 부쳐…

변승우 명서 베드로(평화방송 TV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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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K후배에게

청첩 고맙게 받았습니다. 국화처럼 단아한 신랑과 신부가 눈앞에 그려집니다. 길고도 설레던 기다림이 마침내 끝났네요. 오랜 인내 끝에 결실의 풍요를 만나는 가을이 결혼의 계절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한 쌍의 혼인이 이뤄지기까지 청춘의 무대를 거쳐 간 숱한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애들립’이 바꿔놓을 뻔했던 서로 다른 수많은 에필로그들을 생각하면, 그대들을 맺어주기 위해 하느님이 얼마나 고심하셨을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혼인과 함께 이제 당신들은 가정을 이룹니다. 더 이상 사랑하는 이의 집 앞에서 안타깝게 돌아서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같이 사는 일’은 의외로 만만치 않습니다. “결혼은 결코 TV쇼가 아닌 실제로 겪는 삶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얼마 전 즉위 후 첫 혼인성사(9월 14일)를 주례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365일 얼굴을 마주 보며 생활의 짐을 더불어 짊어지고 살아가는 세월이란 서로에게 마냥 다정하기 어려운 법이지요.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다툼이 길어져선 곤란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교황의 충고는 매우 구체적입니다. “다툼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가기 전에 반드시 화해하십시오.” 사랑하는 이에게 받은 상처는 훨씬 더 아프고 쓰립니다. 그래서 작은 갈등이 상처로 깊어지기 전에 치료하라고 교황은 당부합니다. 그러면서 회복의 시한을 하루로 못 박았습니다. 부부의 사랑을 지키는 ‘골든타임’입니다. 교황의 충고를 마음에 새기시길 바랍니다.

신랑과 신부가 최선을 다해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 ‘생명의 축복’이 깃들 것입니다. 세상에 없었던 ‘나를 닮은 존재’가 내 품에 안겨오는 장면을 그려보십시오. 결코 인간이 거슬러선 안 될 은총입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면 참으로 ‘거듭난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태어나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한없이 주기만 하는 사랑’을 아이에게 쏟고, 어느새 그런 일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게 된 자신을 발견할 때, 그 경이로움이란 실로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게 아니라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사람 되게’ 해주는 것입니다. 감히 말하건대, 하느님께서 “내 사랑을 너희가 조금이나마 느껴보라!”는 뜻으로 아이를 주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랑 가운데 가장 하느님 마음과 가까운 사랑을 아이로 인해 체험하면서 부부는 주님께 한발 더 다가선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 엄청난 신비가 그대들에게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기도합니다.

연인에서 부부가 되어 가족을 꾸리며 인생을 헤쳐나가는 일이 어찌 녹록하겠습니까? 그러나 그대들만의 힘으로 감당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여기서 교황의 얘기를 한 번 더 인용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항상 여러분의 사랑을 새롭게 해주고, 부부가 함께하는 여정의 즐거움을 회복시킬 것입니다”(9월 14일 혼인성사 강론). 당신들을 맺어주신 ‘그분’께서 언제나 함께 계심을 굳게 믿으십시오.

어느 날 벽력처럼 닥쳐온 눈부신 축복! 그대 혼인식에 달려가서 가을날의 찬란한 사건을 목격하겠습니다. 두 분의 사랑 덕분에 한결 따뜻하고 행복해진 세상을 호흡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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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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