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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칼럼] 주교 시노드에서 배워야 할 것

이창훈 알폰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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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로마에서는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 주교 시노드(주교 대의원회의)가 한창이다. 특히 가톨릭 국가들의 언론 매체들은 시노드가 시작하기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관심의 초점은 교회가 이혼 후 재혼한 이들에 대한 영성체를 허용하느냐는 데 있다. 언론이 이 문제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이들에 대한 영성체가 허용될 경우 혹시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교리)이 바뀌는 것이 아닌가 해서일 것이다.

가톨릭교회는 혼인과 관련해 두 가지 흔들리지 않는 가르침을 유지하고 있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자유로운 동의에 따른 결합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 하나이고, 이렇게 맺어진 혼인의 끈은 한쪽이 죽기 전까지는 결코 풀어질 수 없다는 것이 또 다른 하나다. 이 가르침은 혼인과 가정이 인간이 만든 제도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세워주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에 근거한다.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은 이 가르침을 위반한 것이 되고, 그래서 첫 번째 혼인이 무효라는 확인을 교회에서 받기 전까지는 신앙생활에 제약을 받는다. 말하자면 미사에 참례해도 성체를 모실 수 없고, 고해성사도 볼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이들은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결국에는 냉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 주교 시노드에서는 가정에 관한 다른 여러 문제와 함께 이혼 후 재혼한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주교 시노드 진행 과정을 외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켜보면서 점점 깊이 그리고 새롭게 와 닿는 단어가 있다. ‘사목적 배려’라는 표현이다. 일부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과 달리 이번 주교 시노드는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교리를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 또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다르게 살아가는 현대의 부부나 가정들에 대해 교리적 원칙을 재확인하고 어떤 ‘사목적 판단’을 내리려는 것도 아니다. 이번 주교 시노드의 목적은 혼인 및 가정생활과 관련해서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관찰이다.

사목적 판단은 이러저러한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교회 교리에 비춰 원칙을 정하고 지침을 내리면 된다. 그러나 사목적 배려는 다르다. 배려는 먼저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며 가능한 한 하나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사목적 판단’은 때로는 매정하지만 ‘사목적 배려’는 늘 자비롭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주교 시노드 개막에 즈음해 아르헨티나의 한 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혼한 후 재혼한 이들의 문제도 (시노드에서) 다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게는 똑같이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시대 문화의 특징으로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교회의 품에서 그들을 쫓아내야 합니까? 아니면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포용하며 그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자 노력해야 합니까? 나는 두 번째 입장입니다.” (www.lifesitenews.com에서 인용)

이것이 배려, 사목적 배려다. 이번 주교 시노드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도, 교구 차원과 본당 차원 할 것 없이, ‘사목적 판단’보다는 ‘사목적 배려’가 점점 더 자리를 잡고 널리 퍼져 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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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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